매일신문

옥수수밭에 홀로 버려진 세살배기…멕시코 국경 비극 언제까지

3월에만 보호자 없는 아동 8천975명이 미국 국경 넘다 체포

멕시코에 진입한 중미 이민자들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멕시코에 진입한 중미 이민자들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야수'(The Beast·스페인명 La Bestia)로 불리는 긴 화물열차 꼭대기에 올라탄 채 남부 오악사카주(州) 익스테펙을 출발, 미국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캐러밴(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은 최근 멕시코 정부가 고속도로를 따라 무리 지어 이동하는 이민자 일부를 구금하자 미국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걷는 대신 화물열차에 위험하게 몸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남부 멕시코 접경지역의 한 옥수수밭에서 세 살배기 꼬마가 홀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것을 미국 국경경비대가 발견했다. 아이의 신발에는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 있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아이가 발견된 것은 지난 23일 새벽이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후 옥수수밭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하던 중미 이민자들이 국경경비대의 단속을 피해 흩어져 멕시코로 달아난 후 혼자 남겨진 아이가 수색 중이던 경비대원들에 구출된 것이다. 대원들은 울고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한 후 옷을 사서 입히고 보호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소식을 전하며 "수많은 가슴 아픈 이민자 사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CBP에 따르면 미국 남서부 국경을 몰래 넘다 체포된 밀입국자가 지난 3월 한 달에만 9만2천607명에 달했는데 이 중 8천975명이 보호자 없는 아동이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보호자 없이 버려진 아이들의 사연은 대개 비슷하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넘어온 이민자들은 처음 미국 입국을 시도할 땐 아이를 친척에 맡기고 오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은 일단 미국에 정착한 후 두고 온 아이를 불러들이고, 아이들은 친척이나 혹은 낯선 이들과 함께 미국행에 나서게 된다. 국경을 넘으면 이민자들은 아이가 미국 국경경비대에 구조될 것으로 믿고 혼자 내버려 두고 가곤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어른도 힘든 미국행 여정을 아이 혼자 감당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고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애리조나주 국경에선 섭씨 37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홀로 버려진 코스타리카 출신 6살 소년이 구조됐다. 2014년엔 미국에 있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에콰도르를 떠난 12살 소녀가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밀입국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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