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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로 변한 유기견들... 경북 청도서 염소농장 습격해 25마리 물어 죽여

청도군 등 당국 포획나서…사살 규정 없어 대책에 골머리

야생을 떠돌며 들개로 변한 유기견들이 무리 지어 염소농장을 습격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농장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청도군 금천면 한 야산 염소농장에 도사견 등 유기견 3마리가 몰려와 염소 25마리를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도군 금천면 한 염소농장에 지난 22일 유기견들의 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체가 너부러져 있다. 노진규 기자
청도군 금천면 한 염소농장에 지난 22일 유기견들의 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체가 너부러져 있다. 노진규 기자

농장주 박모(63·경산시 용성면) 씨는 "이날 오후 5시쯤 농장에 왔는데, 유기견들이 축사 철망을 헤집고 들어와 염소를 공격하고 있었다. 농장 입구와 사육장 등에는 이미 죽은 염소들이 처참하게 너부러져 있었다"며 "염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이들과 맞섰고, 결국 쫓아냈지만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고 했다.

박 씨에 따르면 이 농장은 지난 20일에도 유기견들의 공격을 받았고, 한 달 전에도 30여 마리가 죽거나 상처를 입는 등 농장에 있던 염소 70여 마리 중 50여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인근 농장도 유기견들의 공격으로 염소 수십 마리 피해를 입고 염소 사육을 그만 뒀다는 게 박 씨의 얘기다. 그는 "유기견들이 염소를 물어뜯는 처참한 광경을 본 뒤부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조만간 농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유기견은 이 농장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농장 주위를 맴돌며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주민들에게 목격됐고, 인근에 또다른 가축 농가가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유기견들의 농장 습격이 잇따르면서 청도군과 경찰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들을 산 채로 포획하는 수밖에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유기견은 야생화하면서 사실상 들개에 가깝지만 동물보호법 적용을 받아 '사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도군은 유기견 포획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농장주 신고를 받은 뒤 24일 급히 설치한 포획틀 대신 대형견을 잡을 수 있는 포획틀을 다시 주문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이 동물학대 방지와 적정한 보호 관리를 규정하고 있다보니 이들 유기견처럼 문제를 일으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도군 금천면 한 염소농장이 유기견들의 공격을 받은 뒤 이들을 잡기 위해 군이 24일 설치한 포획틀. 노진규 기자
청도군 금천면 한 염소농장이 유기견들의 공격을 받은 뒤 이들을 잡기 위해 군이 24일 설치한 포획틀. 노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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