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현병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 우려…사회 부정적 시선 클수록 치유 어려워

정신과 전문의 "증상 남아 있어도 가족이 병원비 부담 이유로 퇴원하겠다면 만류할 방법 없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상대편의 자극 때문에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당뇨병 환자가 병실에서 다투다 다른 환자를 다치게 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질까요?"

정신과 전문의들은 최근 들어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깝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정신장애인 및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고, 도움의 손길과 격리된 채 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는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에서 많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피해를 겪다가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이들을 예비 범죄자로 인식한다면 치유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흔히 망상, 환청 등을 동반하는 조현병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폐쇄병동과 개방병동에서 치료가 이루어진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치료에 호전이 있고 자해 및 타인에 대한 위험성이 없으면 개방병동으로 옮겨지고, 퇴원하게 된다.

하지만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더라도 가족들의 퇴원 요청이 있으면 병원 측에서는 거부하기 어렵다. 정신보건법 상으로는 환자에 대한 입원 유지를 위한 심사 절차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강제할 수가 없다.

지역 대학병원 한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적 증상이 남아 있어도 환자 가족이 병원비 부담을 이유로 퇴원하겠다고 요구하면 만류할 방법이 없다"면서 "환자의 인권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강제 입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제공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원 치료를 마친 상당수 환자들은 가족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다른 관계자는 "환자가 퇴원한 뒤에 가족들이 보살핌을 외면하면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없다. 기초생활수급 등 보호망으로 간신히 생계는 유지하겠지만 스스로 약물관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정신질환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의 배분 및 투입을 지자체 규모에 맞게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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