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속 베트남, 봉화] <상> 베트남타운 조성

베트남 타운 조성

봉화 베트남타운 종합계획도, 봉화군 제공
봉화 베트남타운 종합계획도, 봉화군 제공

봉화 봉성면 창평리는 '한국 속에 베트남'이다. 베트남 리 왕조의 유적지인 충효당이 있고 그 후손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군은 이곳을 중심으로 베트남 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봉화군이 한국과 베트남 1천년 역사의 중심에 서는 이유다. 봉화군이 왜 베트남 타운을 조성하는지, 사업은 어디까지 추진됐는지 알아봤다.

엄태항 봉화군수(오른쪽에서 3번째)와 화산 이 씨 36대손인 이양재(봉화군청소년센터 소장·오른쪽에서 2번째) 씨가 지난해 9월 봉화군을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TV 관계자들에게 베트남 리 왕조의 문화유적인 충효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엄태항 봉화군수(오른쪽에서 3번째)와 화산 이 씨 36대손인 이양재(봉화군청소년센터 소장·오른쪽에서 2번째) 씨가 지난해 9월 봉화군을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TV 관계자들에게 베트남 리 왕조의 문화유적인 충효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베트남과의 인연에 타운 조성까지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인연을 간직한 지방자치단체는 봉화군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봉화군은 정기적으로 베트남 하노이서에서 열리는 도사원축장을 방문, 참배하고 학술세미나를 열고 있다.

군은 2020~2024년 사업비 422억원을 투입, 봉성면 창평리 충효당(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466호)과 재실, 창평저수지를 중심으로 베트남타운을 조성한다. 베트남 역사공원과 베트남길, 베트남 마을 등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역사공원은 사업비 128억원을 들여 3만809㎡에 베트남 역사관과 일주문, 지황조동상, 연못 및 정원 등이 마련되고 베트남 길에는 68억원이 투입돼 4.7㎞ 구간에 보행로, 붉은 다리, 가로등(홍등) 등이 설치된다.

또 베트남 마을에는 사업비 226억원을 들여 부지 3만8천350㎡에 베트남 문화원, 전통 숙박 동, 교육시설 등이 건립된다.

이곳은 베트남 리황조 관련 유적인 충효당과 유허비가 있고 화산 이씨 후손이 거주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베트남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를 배경으로 봉화군은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호찌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서 "리 씨 황조의 왕자 이용상은 고려에 귀화해 한국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었디"고 밝히기도 했다.

군은 베트남 타운이 조성되면 리 황조와 후손인 화산 이씨 유적비 정비를 통해 베트남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베트남 방문객을 유인하는 관광 시설화 및 국내 투자기업 근로자 연수 시설, 국내 관광객의 이색 외국문화체험 공간으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산 이씨 12세손인 이장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충효당. 봉화군 제공
화산 이씨 12세손인 이장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충효당. 봉화군 제공

엄태항 봉화군수는 "리 황조 유적 성역화와 충효당 주변 유적지 정비사업을 통해 콘텐츠 중심의 이색적인 베트남 체험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화를 위한 마케팅과 주민참여형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봉화에 정착한 리 황조 후손

한국의 화산 이씨는 베트남의 'Long Tường'(이용상)을 시조로 한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화산 이씨는 2015년 기준 1천237명(남자 616명, 여자 621명)으로 소수다.

고려에 귀화한 이씨 황조의 왕자 이용상은 베트남 최초의 독립 황조인 리 황조의 6대 황제인 영종의 아들로 태어나 자국의 반란을 피해 1226년 인천시 옹진군 화산면에 정착했고 고려 고종에게 식읍을 하사받아 화산군으로 봉해졌다.

이용상은 두 아들을 두었고 첫째 아들과 후손은 황해도 해주‧옹진 지역에 주로 거주하였다. 둘째 아들 일청은 안동부사로 내려와 지금의 봉화군에 정착하게 됐다.

둘째 아들 일청은 안동 부사를 마치고 복거(卜居)했다. 기록에는 일청과 그의 후손들이 머문 곳은 안동부(현 봉화군 봉성면)와 안동부 개단현(현재 봉화군 물야면), 창해(현재 봉화군 봉성면 창평) 등에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용상의 둘째 아들 일청의 12세손인 이장발이 임진왜란에 참전, 장렬하게 전사하자 후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봉성면 창평리에 충효당과 유허비를 건립했다.

화산 이씨 12세 손인 이장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유허비. 봉화군 제공
화산 이씨 12세 손인 이장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유허비. 봉화군 제공

◆한국·베트남의 활발한 교류

봉화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은 역사적인 배경이 존재하기에 기존의 이국적인 외국형 테마 마을 조성사업과는 의미가 다르다.

베트남타운은 봉화군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베트남 당국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4일 베트남 대사가 봉화군과 경상북도를 방문했고 지난해 3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TV가 화산이씨와 베트남타운 사업대상지를 취재하기 위해 봉화를 다녀갔다. 하노이 모이 언론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봉화를 방문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봉화군도 지난해 4월 29부터 5월 2일까지 베트남 박닌성과 뜨선시를 방문하고, 리 황조 창건기념 축제인 도사원축제에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하노이대학교, 하노이외국어대학교, 하노이 한인회, 박닌성과 뜨선시를 방문, 봉화군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을 홍보했고 뜨선시와는 자매결연도 체결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6일 베트남 국회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엄 군수가 서울로 달려가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봉화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을 설명한 뒤 사업추진의 협조를 구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22일에는 한국·베트남 경제문화 교류협회(KOVEX·회장 정근)가 봉화군을 방문, 봉화 베트남타운 조성사업 대상지와 인근 닭실마을 등을 둘러보고 베트남 타운 조성사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6년 12월 출범한 한국·베트남 경제문화 교류협회는 산하에 20개 사업단을 두고, 양국 간 교류와 상호이익을 위해 경제, 문화 분야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민간외교 단체다.

당시 봉화군을 방문한 정근 한국·베트남 경제문화 교류협회장은 "한국·베트남 양국 간 교류에 봉화가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업은 베트남과 한국 정부,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신 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인 베트남과의 다양한 교류확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은 베트남의 역사를 확인하고 한·베 교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매개체가 되는 중요한 사업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국비 예산 확보에 나선다. 충효당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봉화만이 할 수 있는 베트남타운 조성사업이 곧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군은 지난해 문화재청에 베트남타운 조성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했다.

지난 2월 세부구상 용역에 착수, 3월 마무리했으며 현재 충효당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 사업부지 매입에 들어가 2020년 3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며 12월 용역이 완료되면 곧바로 사업에 착수, 2024년 완공할 계획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