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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상>영국 왕실, 代 이어 안동 찾는다

전통과 품격의 영국 왕실, 안동 종가문화의 전통과 품격 닮은꼴
안동시, 14일에는 앤드루 왕자 안동 방문해 로열웨이 걷기행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 주민들이 하회마을 담연재 마당에 차린 자신의 73회 생일상을 보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안동시 제공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 주민들이 하회마을 담연재 마당에 차린 자신의 73회 생일상을 보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안동시 제공

20년 전인 1999년 4월 21일, 안동은 세기의 '진객'(珍客)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맞았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여왕의 마음을 안동과 하회마을이 사로잡았다. 여왕은 공경과 정성이 깃든 안동의 음식으로 차린 자신의 73회째 생일상을 받고 또 한차례 감동했다.

이날 여왕은 충효당에서 종가댁 여인네들의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정서를 마음에 담아갔다.

◆되짚어본 20년 전 여왕의 방문

당시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은 영국 '신사'와 안동 '선비'의 첫 만남이라는 상징적 의미였으며, 시종일관 화합의 분위기에서 잔잔한 미소와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일행은 첫 방문지 하회마을 충효당에 들어서자, 갓을 쓰고 도포를 차려입은 충효당 종손 류영하(당시 71) 씨 부부가 내당으로 안내했다.

여왕은 사랑방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의 전통예법에 따라 신발을 댓돌에 벗은 채 들어서는 모습은 세계 지구촌 언론들이 '파격적 행보'라는 반응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서양에서 발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와 달리 신발을 벗고 자신의 발을 드러냈던 여왕의 모습은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한국의 종가문화와 전통에 대한 경외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이어 탤런트 류시원 씨의 안내로 담연재로 가는 길목에서 농부가 소 쟁기를 앞세워 밭갈이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담연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여왕의 73회 생일상을 받고 하회별신굿탈춤을 관람했다. 여왕의 생일상에는 궁중에서 임금에게만 올리던 '문어오림'과 매화나무로 만든 꽃나무 떡 등 47가지의 전통음식이 올려졌다.

여왕 일행은 생일상의 푸짐함과 정성스러움에 "베리 굿", "원더풀"을 연발하며 탈춤의 익살스러운 몸놀림에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봉정사에서 고색창연한 대웅전 단청과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 극락전을 찬찬히 눈여겨본 여왕은 극락전 앞 돌탑에 돌 하나를 올려놓고, "돌탑을 쌓았으니 복을 많이 받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당시 봉정사 주지 문인 스님은 '일념만년거'(一念萬年去·좋은 생각 한 번이 만 년을 간다)라는 글씨가 새겨진 족자를 선물했다. 여왕은 방명록에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는 글귀 아래 영어로 'Elizabeth'라고 서명하고 산사를 떠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 충효당에서 담연재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농촌 들녘 풍경인 소쟁기로 밭갈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 충효당에서 담연재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농촌 들녘 풍경인 소쟁기로 밭갈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로열웨이' 선포…국제관광도시 마케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요크공작 앤드루 앨버트 크리스천 에드워드(이하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찾아 20년 전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다.

안동시는 여왕의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2009년 10주년 기념행사 이후 '퀸스로드'라는 이름으로 여왕이 걸었던 길을 홍보해 왔으며, 올해 20주년을 맞아 왕실 가족인 앤드루 왕자를 초청해 기념행사를 가진다.

이번에 방한하는 앤드루 왕자는 20년 전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과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를 차례로 방문, 어머니가 무엇에 이끌려 안동을 찾았는지를 느끼게 된다.

여왕이 다녀간 이후 하회마을은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고, 2010년에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국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후 2015년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봉정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안동시는 이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 자원과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전통 문화유산을 활용해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안동시는 지난달 26일 '안동 로열 관광포럼'을 열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걷고 아들 앤드루 왕자가 따라 걷게 될 '하회마을~농산물도매시장~봉정사'를 잇는 길을 기념하고 '로열웨이'(The Royal Way)로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서 변정우 문화관광서비스포럼 대표는 "영국 여왕과 앤드루 왕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 부자 등이 다녀가거나 찾을 예정인 곳은 대한민국에서 안동이 유일하다"며 "이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자원이 안동에 잘 보존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고 했다.

이원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서구 문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문화와 지성을 꽃 피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왕실 또한 오랜 전통과 품격으로 존경받고 있다"며 "영국 왕실이 대를 이어 안동을 찾는 것은 안동이 간직한 오랜 전통과 품격있는 종가문화 등이 영국 왕실과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충효당 안주인들의 김치담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충효당 안주인들의 김치담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11~15일 하회마을·봉정사서 기념행사

안동시와 경북도, (재)안동축제관광재단은 앤드루 왕자 방문에 맞춰 11일부터 5일 동안 하회마을과 봉정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행사 기간 하회마을 귀촌 종택, 양진당 앞, 하회별신굿탈놀이전수관, 만송정과 민속놀이마당 등에서 다양한 문화공연이 이어진다. 봉정사에서는 영산암 앞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특히, 14일에는 영국 여왕이 걸어온 길을 '로열 웨이'로 이름 짓고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이를 대내외에 알린다. 이날 안동을 찾은 앤드루 왕자는 경북도청과 하회마을,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 봉정사와 한국국학진흥원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20년 전 영국 여왕 생일상을 차린 곳인 하회마을 담연재를 이 기간에 특별 개방된다. 영국여왕방문기념관 앞에서는 국보 하회탈이 전시되고, 하중재에서 영국 여왕 사진전도 마련된다.

11일 오후 7시부터 하회마을 만송정과 부용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불놀이인 선유줄불놀이가 시연되고, 11~14일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인 남사당 줄타기, 한국무용, 전통혼례 등 이색공연이 펼쳐진다.

하회마을 내 충효당에서 접빈다례, 남촌댁에서 짚공예, 하중재에서 서예와 가훈쓰기, 나루터에서는 물지게 이기, 노인회관에서 다듬이 방방이와 맷돌 등 다양한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봉정사에서는 행사 기간에 국화차 체험, 봉정사 내 스탬프 투어, 연등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맞아 마련되는 기념행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를 보유한 안동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리고 영국 왕실이 대를 이어 걷는 길을 관광자원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동시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맞아 11일부터 15일까지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에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행사 프로그램. 안동시 제공
안동시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맞아 11일부터 15일까지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에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행사 프로그램.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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