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대구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수성구 범어공원 지주들과 만난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주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할 분쟁 해결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지주들 사이에선 대구시의 기존 입장들이 되풀이되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민 200여명 참여한 현장소통 시장실
30일 오후 3시 수성구민운동장에서 대구시가 주최한 '현장소통 시장실'이 열렸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실효제도(공원 일몰제 등) 시행을 앞두고 범어공원 지주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때문인지 이날 행사에는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권 시장은 "시·구청 간부 공무원과 함께 시청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말문을 열었다.
행사는 권 시장이 직접 사회를 보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면 시청 공무원과 수성구청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지주들이 시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회의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권 시장이 적극적으로 제지했다.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1시간쯤 넘긴 오후 6시에 종료됐다.
이날 주민들의 요구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됐다. 현재 대구시가 매입 계획을 밝힌 부지의 지주들은 '현실적인 보상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고, 아직 조성 계획이 없는 부지의 경우에는 '전체 매입'을 요구하는 지주와 '민간 개발'을 촉구하는 지주로 입장이 나뉘었다. 반면 공원을 주로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은 '공원보존'에 방점을 두는 의견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앞서 대구시는 범어공원 전체 부지 중 5% 정도만 매입해 난개발을 막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49억원, 올해 76억원, 내년 70억원 등 총 19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지주들은 이런 대구시의 '선별 매입' 방침이 자신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범어동에서 황금동까지 걸쳐있는 범어공원은 총면적 113만2458㎡에 달하는 대규모 도시공원이다. 1965년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된 이래 일부 개발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으며 60% 이상이 사유지다. 범어동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구의 대표적인 노른자 땅으로 손꼽힌다.

◆대구시 '예산 부족' 여전히 난색
주민들의 성토에 권 시장은 ▷예산 부족으로 전체 매입이 어려운 사정 ▷민간개발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민간개발을 해야 토지 보상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일부 주민들의 오해도 관련 법 절차 등을 설명하며 바로잡았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지주들과 대구시가 상시적으로 소통할 상담기구를 수성구청과 함께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처음으로 모인 지주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전달할 창구가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하소연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은 한 40대 남성 지주는 "시를 찾아가면 구청에 가라고 하고, 구청을 가면 시청으로 가라고 하니 땅 주인 내가 내 땅이 어떻게 개발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지주들이 소유한 땅의 성격과 일몰제 이후 활용방안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앞으로 개발 진행 과정을 포함한 지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상담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주들이 공원 곳곳에 설치한 '철조망'에 대한 해결책도 조만간 마련될 전망이다. 권 시장이 행사에 참석한 범어공원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철조망 철거를 공식적으로 건의했기 때문. 권 시장은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니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를 막고 있는 철조망들은 걷어주길 바란다"며 "철조망을 설치한 지주들과의 자리를 마련해주면 직접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장시간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처음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된 데에는 긍정 반응을 보인 주민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기존 대구시 입장만을 되풀이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범어공원 지주인 김기돈(53) 씨는 "공원일몰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해마다 조금씩 매입했으면 벌써 다 샀을 것"이라며 "대구시는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지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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