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당진영덕고속도로 청주방향 19.6㎞ 지점. 고속도로 위에 나뒹굴고 있는 흙과 돌멩이들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날 오후 2시 50분쯤 이곳 도로와 접해 있는 산비탈면에서 토사와 암석이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정비 및 복구에 나섰고, 30일 0시까지 청주방향 보은IC에서 회인IC 사이 10㎞ 구간이 전면 통제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지점 100여m 앞에 작업 상황판을 세운 뒤 편도 2차로 중 한 차로는 공사 차량용 이동 통로로 사용했다. 또 다른 한 차로에선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낙석 방호용인 암파쇄 방호벽 등의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고지점 주변에 대한 안전장치는 설치되고 있었지만 정작 문제가 된 비탈면에 대한 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고 현장 공사 관계자는 "떨어진 암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비탈면 보강 작업은 어떤 공법으로 해야 할지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장 공사 관계자의 도움으로 살펴본 사고 비탈면 현장은 섬뜩할 정도로 위험했다. 비탈면에 걸린 암석의 경우 큰 것은 성인 남성이 두 팔로 안아도 감싸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또 대부분 암석 표면이 울퉁불퉁 모가 심하게 나 있어 차량을 덮치는 장면을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 암석들은 비탈면에 설치된 낙석방지책을 뚫고 굴러 떨어져 도로가에 설치된 안전펜스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다행히 펜스가 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수십t 무게의 암석이 도로로 쏟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돌멩이들은 펜스 사이 구멍으로 흙과 함께 도로로 쏟아져 도로를 뒤덮어 차량 통행이 아예 불가능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도로공사의 안전 불감증이었다. 비탈면 붕괴 현장에서 '사고가 난 비탈면의 위험성을 한국도로공사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깜짝 놀랐다. 실제로 사고가 난 비탈면 옆쪽 일부 위험 구간엔 계단식 콘크리트 구조물로 낙석방지를 위한 보강작업이 돼 있었지만 사고 지점 비탈면엔 보강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곳 비탈면 암석의 경우 판상절리로 암석과 암석 사이에 빗물 등이 스며들어 암석 사이 유격이 발생하면서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 비탈면 암질 자체가 좋지 않아 일부 구간에 보강작업을 했는데, 문제의 지점엔 보강작업이 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한 감리업체 관계자는 "공사 당시 암질 등 지층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불안정한 비탈면에 대한 보강작업도 했을 것이고, 이번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국 고속도로 대부분 비탈면의 경우 정밀조사가 아니라 정확도가 떨어지는 육안조사로 점검·확인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조사·점검에 대한 구조적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s://youtu.be/Yq4VdNAf2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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