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문재인정부 2년, 무엇을 남겼나  

경제 무시·이념 정치·독단 정치
갈등을 통치 우선 수단으로 사용
꿈은 없고 적만 가득한 대한민국
권력의 몰락 트랙을 그대로 답습

천영식 KBS이사
천영식 KBS이사

국회에서의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문재인 정부는 곧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2년을 넘기면 대체로 내리막길로 가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위안 삼아야 할 것 같다. 종착역이 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현재로선 좋은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어 보인다. 수많은 정부가 밟았던 권력의 몰락 트랙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선과 아집이다.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집권 기간 동안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1980년대 운동권이 가졌던 진보 이념 중에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업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선출된 왕이 되고자 했던 진보 대통령 노무현은 실패했다."(이갑윤·이지호,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 2015, 에이도스 출판사, 164·165쪽)

노무현 시즌 2를 목표로 했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4월 26일 자로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첫째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둘째가 북한 관계 치중 및 친북 성향으로 나왔다. 이 두 가지 부정적인 평가는 여론조사 때마다 압도적으로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세 번째 부정 평가 이유로 등장한 것이 독단적, 일방적, 편향적이라는 사유다. 문재인 정부의 부정 평가 사유 중 중하위권에 머물던 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나쁜 이미지는 경제 무시, 이념 정치, 독단 정치 등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정치와 관련해 이런 약속을 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이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

본인의 약속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 이미지로 가고 있다. 제1야당만 빼고 선거법 밀어붙여! 국정 동반 운영을 위해 제1야당 대표하고 한 번이라도 만남을 가졌던가. 김정은에 쏟는 열정의 절반이라도 제1야당 대표에게 보여준다면 한국 정치는 달라졌을 것이다.

청와대 게시판을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의 놀이터로 만드는 게 지금의 정치이다. 반대파를 없애겠다는 여론을 청와대는 즐기고 있다. 낄낄거리며 조롱하고 빈정댄다. 이러니 정국이 풀릴 리 없다. 국민들에게 대결 정치의 완화를 설득해도 시원찮을 판에 갈등을 통치의 우선적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취임사에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는 대목도 나온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건 저잣거리에서 실제 조롱의 대상이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유효기간이 하루뿐인 이 같은 당일치기용 취임사를 팽개치고, 2년간 온통 취임사를 뒤집는 일들만 벌여왔다. '적의'(敵意) 같은 게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대한민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도 화려한 명분과 달리 결국엔 무소불위의 홍위병들이 통제 사회를 가속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분열의 도구다.

꿈은 없고 '적'만 가득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확보해 가기 어렵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은 누워서 침 뱉기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부디 남은 임기 동안 국내 정치와 경제 발전을 위해 결실의 당사자로 나서 주길 바랄 뿐이다. 김정은이 그만하라는 '오지랖'의 반만이라도 국내로 시선을 돌리는 건 어떨까.


천영식 KBS 이사·계명대 언론광고학부 초빙교수·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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