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6대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은 1일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면서 즉위 후 첫 소감(오코토바·お言葉)으로 세계평화를 언급했다.그러나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일본 헌법에 대한 수호 의지는 밝히지 않아 주목된다.
현행 일본 헌법(9조1, 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정상국가화'를 내세우며 전력으로서의 자위대 조항을 넣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대신(장관)과 지방단체장 등 국민대표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밝힌 즉위 소감을 통해 "헌법에 따라 일본 국가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서약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이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며 헌법 수호의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비교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민대표로 한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덴노 헤이카(天皇陛下·나루히토 새 일왕을 지칭)를 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우러러본다"고 말하며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조현 의식'(朝見の儀)'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10분가량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내의 규덴(宮殿)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레이와'(令和)를 연호로 선택한 나루히토 새 일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삼종신기'(三種の神器)를 넘겨받는 첫 즉위 행사를 치렀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즉위 후 첫 일반 국민의 축하 인사를 받는 '잇판산가'(一般參賀) 행사를 오는 4일 치르고, 8일에는 고쿄(皇居) 내 신전 3곳인 규추산덴(宮中三殿)을 참배한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기록이 남아있는 8세기 후반 이후 나라(奈良) 시대의 49대 고닌(光仁) 일왕(재위 770∼78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고령에 즉위했다. 고닌 일왕은 즉위 당시 60세 11개월이었고 나루히토 새 일왕은 59세 2개월이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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