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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탐구생활] 트와이스 사나의 '헤이세이' 언급과 몬스타엑스 주헌의 '조센징' 사건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나의 글.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나의 글.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1일 트와이스 팬덤에서 꽤나 심각한 논란이 있었다.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지난달 30일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에 맞춰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일본어로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나는 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헤이세이 수고 많았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30일)은 깔끔한 하루로 만들자"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보고 일부 네티즌들은 "연호 자체가 일본 국수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글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필 이 글 이후에 오른 다현의 일상 영상이 지워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아이돌 팬들이 사나의 글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달 28일 몬스타엑스의 주헌은 일본의 한 식당에서 먹방 브이로그를 게시했는데 그 영상에서 어떤 일본인이 한국어가 들리는 것에 불평을 표하면서 '조센징'이라는 말까지 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또 방탄소년단의 지민은 한 영상에 입었던 티셔츠가 문제가 돼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된 적도 있었다. 트와이스의 경우에도 다현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브랜드 '마리몬드'의 티셔츠를 입고 온 데 대해 한 일본 정치인이 트집을 잡은 적도 있어서 사나의 '헤이세이' 언급이 불편할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아이돌 팬들은 "한국인 멤버는 한국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면 해외 팬들 눈치에 글을 올렸다가도 지우는데 일본인 멤버는 너무 떳떳하게 군국주의적 발언을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그런데 이성을 찾고 생각해보면 '헤이세이'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몰락의 시대'를 상징한다. 헤이세이 연호를 단 지 얼마 안 돼 일본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인 입장에서는 한 시대가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군국주의' 논란을 이야기하려면 차라리 그 이전 세대인 '쇼와'를 언급했어야 맞다. 연호를 쓰는 것 자체를 두고 군국주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나간 논쟁이라고 본다.

오히려 팬들이 감싸줘야 하는 것은 혐한으로 피해받은 몬스타엑스의 주헌 같은 경우다. 영상을 내리지 말게 하고, '조센징'이라는 말이 왜 나쁜 말인지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팬들이 소속사에 "해외 팬 눈치보지 말고 한국인 멤버면 그에 맞는 정체성을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사나의 경우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또한 옆 나라의 정서와 역사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열폭하면 다현을 트집잡은 그 일본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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