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어쩌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캔버스의 프레임을 과감히 던져버렸을 때 그림은 어떻게 될까? 늘 궁금했었죠. 또한 그러한 시도가 나의 모든 그림을 꿰뚫고 있는 '놀이'라는 개념과 무관할 수는 없죠."
젊을 때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며 관념적'개념적 그림그리기에 몰입했던 화가 이명미(68)가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처럼 "그래 이게 바로 내 그림이야"를 외치며 자신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총망라한 기획초대전 'GAME'전을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1전시실에서 5전시실까지 전관에 걸쳐 6월 30일(일)까지 열고 있다.
40여 년이 넘는 작가의 그림인생의 시작과 현재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녀가 일평생 실험해 온 '놀이'시리즈의 첫 작품(1976년 작)부터 2019년 신작에 이르기까지 마치 한 화가의 아카이브를 옮겨놓은 것과 같다. 선보이는 작품만도 평면회화가 56점, 설치작품이 2점이다.
이명미는 작가 초기 때부터 당대를 풍미했던 단색화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녀 나름의 화려한 색감을 선호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짙은 색감이 주는 활력에 매료됐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이번 전시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화려한 색감의 사용과 면 분할, 그녀 특유의 화면 속 언어적 유희, 그리고 알 듯 모를 듯한 기호들, 심지어 스티커까지 작품에 붙어있다. 작가의 이러한 작품들은 손으로 만들어내는 촉감놀이로 시작된다.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붓질과 정방형의 캔버스뿐 아니라 과감하고 자유롭게 잘려진 종이 위에 그려진 선들을 통해 감각을 자극한다. 때로는 천에 덧대고 오리고 접어붙인 비정형화된 천 조각이 작가의 화폭을 재탄생되고 동'식물의 모습과 국'영문의 글자를 관찰하고 이미지화 된 문구를 그림으로서 자신만의 관찰일지를 써나간다. 입으로 불어내고 실로 꿰어 바느질하는 모든 행위들은 이명미만의 '오감 놀이'인 셈이다.
2년간 이번 전시를 준비한 최현정 인당뮤지엄 학예사는 "이명미 작가의 작품 '놀이'시리즈는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한다"며 "이 때문에 작가의 그림을 보면 힐링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학예사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의 희로애락이 담긴 놀이를 통해 잘 노는 법이 무엇인지, 어떤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1전시실 입구 이명미 작가가 화가로서 전환기를 맞게 된 '놀이' 시리즈 첫 작품을 시작으로 2전시실에 이어 3전시실 종이 드로잉, 4'5전시실까지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 매우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인당뮤지엄은 전시실 1층에 이명미 작품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에 따른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6월 14일(금) 오후 2시엔 이명미 작품세계 연계 심포지엄도 열린다. 문의 053)3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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