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내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2월 법무부장관과 행안부장관의 자제 요청으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검·경의 '수사권 확보' 공방이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검찰 반발을 계기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두고 불거진 검경 갈등의 핵심쟁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로 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 여부다.
수사권 조정법안은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신 경찰 수사를 통제할 방안으로 ▲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불응하는 경우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검찰에 부여한다.
이런 통제방안에 대해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바로잡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보완을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요구 범위를 벗어났다고 불응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법안을 두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한 것도 이처럼 사후 통제가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수사재량만 키워 놓으면 경찰의 권한만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찰은 정반대의 관점으로 맞서고 있다.
수사권 조정 법안에 나오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 통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경찰의 수사 진행단계 및 종결사건(송치 및 불송치 모두)에 대한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를 반박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서도 두 기관의 대립이 첨예하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다. 다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도 고소·고발인 등 사건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송치하도록 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 중 이의제기를 할 사건 관계인이 없는 경우엔 경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사건이 그대로 종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판단이 다른 경우 수사지연이나 중복조사 등이 발생해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돼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검찰과 경찰은 ▲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 검사의 영장심사에 대한 경찰의 이의 신청권 등 수사권 조정안의 다른 쟁점을 두고서도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국회가 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입법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회의 논의과정에 두 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치열한 명분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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