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르는 환율에 지역 업체의 엇갈리는 우려와 기대

3일 달러당 1,170원대까지 치솟아…"채산성 악화" 대 "수출 경쟁력 확보"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가인 1,170원으로 장을 종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가인 1,170원으로 장을 종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연합뉴스

최근 경상흑자 감소 우려와 유로화 약세, 미국 경제 지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며 오르면서 지역 경제계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치솟는 환율…당분간 상승세 유지할듯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4.3원 오른 1천17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천170원대로 올라선 건 2017년 1월 19일 이후 2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달러 당 1천60~1천80원대에 머물렀지만, 6월 들어 1천100원을 넘어섰고, 올 3, 4월에는 1천120~1천140원대를 오가다가 이날 1천170원대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대내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대내적으로는 우리나라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게 원인이다. 4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금 송금이 이뤄지는 등 계절적인 영향도 작용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달러 강세를 떠받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점도 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여기에 유로화와 호주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시장 예상을 밑돈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되다가 올 연말쯤 하향 안정화할 전망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독일 주도의 확장 재정 정책과 중국 경기회복 영향에 따른 하반기 유로화 강세 전환, 미중 무역협상 타결 이후 위안화 가치 상승(절상) 등이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국내 2분기 경제지표와 5, 6월쯤 무역협상 타결 등의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에 단기 관점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 "활짝"…섬유·기계금속 "울상"

지역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인상 소식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과 의료기기 업종은 환율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 경산 진량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환율 오름세를 반겼다. A사는 차체를 생산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지만 제품 상당수가 미국 수출 차량에 사용돼 환율에 민감하다.

A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국산차의 경쟁 상대인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엔화 절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면서 "환율 인상은 단순히 매출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호재다. 수출 기업들의 해외 계약 건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원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서대구산업단지의 섬유가공업체 B사는 환율 인상이 악재다. B사는 해외에서 수입한 화학 약품으로 기능성 섬유를 만들어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B사 대표는 "수출 없이 수입만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환율이 올라도 좋을 것이 없다. 단가 싸움으로 수주 계약을 따내는 상황에서 오른 원자재 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영세 섬유업체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승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과장은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에는 불리하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한 것으로 본다. 대구경북에는 수출 기업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은 호재"라면서도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3개월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올해 하반기에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환율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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