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기불황시대를 사는 2030 리포트]'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 꼬리표 붙은 2030 젊은이들의 고군분투 삶

작은데 만족하며 스트레스 다스리고, 그래도 희망을 찾아 나서

지금의 2030 세대는 힘겹다. 1990년을 전후해 태어난 2030 세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유례없는 불황과 저성장 기조 속에서 살고 있다. 기회의 문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는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지역 2030 세대의 팍팍한 삶을 살펴보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장기 불황과 사회적 분위기가 2030 세대를 가장 강하게 짓누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세대 갈등도 이들의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열심히 살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젊은이들에겐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 청년단체가 전국 만 24~35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문항에 청년 51.1%가 '그렇다'고 답했다. 제일 심각한 고민거리로는 '돈'(50.4%)과 '일자리'(23.2%) 문제를 꼽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다. 10년 전 8% 수준이었던 청년 실업률은 현재 10.8%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 수치일 뿐 비정규직과 시간당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생 등을 모두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지난 3월 기준 25.1%에 달한다는 게 통계청의 발표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를 직접 겪지 않은 기성세대들은 '나약해 빠졌다'며 청년들만 나무란다. A(31) 씨는 "자수성가한 아버지 입장에서는 몇 년째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취업준비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만 한 것 같다"며 "얼굴만 마주하면 '덜떨어진 인간'이라고 언성을 높여 집에 들어가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고개를 숙였다.

간신히 일자리를 찾아도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이들을 압박한다. 얼마 전 중견기업에 입사한 B(30) 씨는 1년이 채 안 돼 퇴사를 고민 중이다. 잦은 야근과 회식, 경직된 회사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만 15~39세 청년 3천133명을 대상으로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성세대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린다'는 질문에 34.5%가 '그렇다'고 답했다. 2017년 같은 질문에 22.5%가 응답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다른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라는 질문 역시 2017년 21.5%였던데 비해 31.6%로 급증하는 등 세대 간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 무한경쟁 사회 속 최근 청년들은 모든 일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감에 갇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국가 정책과 정치 참여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성세대의 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내몰렸다. 청년세대가 정체성을 찾아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성세대 역시 현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청년 정책 반영에 노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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