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영업자희망프로젝트](15)전희찬 커스프 대표

직원 절반이 장애인… "직원들이 원하는 일하는 회사가 목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전희찬 커스프 대표는 운영하던 인쇄소를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전희찬 커스프 대표는 운영하던 인쇄소를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중구에 있는 인쇄업체 ㈜커스프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장애인인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22명 중 13명이 크고 작은 장애를 갖고 일하고 있다.

전희찬(41) 대표 또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다. 장애인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체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전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직에 나섰지만 장애 때문에 면접만 가면 떨어졌다. 어쩌다 면접을 통과하더라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면서 "어떤 면접관은 나를 따로 불러내 '정말 뽑고 싶은데 경영진에서 산재 걱정이 커 떨어뜨리게 됐다'고 사과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취업을 포기한 그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007년 인쇄소를 열었다.

본인이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다른 장애인을 고용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커스프가 비장애인이 '비주류'가 될 만큼 장애인 고용을 늘린 건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전 대표는 "구인 면접을 보는데 청각 장애인이 왔다. 회사를 자주 옮긴 이력이 마음에 걸려 이유를 물었더니 장애 때문에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잘렸다고 했다"며 "이 친구를 뽑고 나니 주변의 유능한 장애인 친구들이 몰려와 일을 하겠다고 했다. 다들 일을 잘하기에 받아주다 보니 장애인 직원 비중이 늘었고 자연스레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스프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인쇄업은 인터넷 홍보시장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점차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다. 커스프가 현실적으로 넘기 어려운 문제지만 전 대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전단지나 명함 발주가 크게 줄어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우리는 거꾸로 간다"고 했다. 자동화 설비와 일반 설비의 가격 차가 10배에 이르는만큼 그만큼 유능한 직원을 뽑아 질 높은 인쇄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꾸준히 커스프를 찾는 단골 고객들 덕분에 매출에 별다른 타격이 없는 점도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커스프는 지난 3월 달서구에 카페를 차리는 등 사업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기울어가는 인쇄업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도도 있지만 직원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한다는 커스프의 사회적 목표도 이유다.

전 대표는 "커스프는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인쇄물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일 뿐"이라며 "직원들도 언제까지 인쇄업에 매진할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됐다. 직원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장려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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