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시민 "합수부 수사관 속여야 했다…진술서 거짓말"

"배후 없는 학생시위 납득시키려 노력…감당할 수 있는 선 고려"
"김대중 前대통령·비밀조직 언급 안해…심재철은 이미 노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일 '1980년 유시민의 진술서가 77명의 민주화운동 인사를 겨눈 칼이 됐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재단 유튜브 채널에 올린 '1980 서울의 봄, 진술서를 말할레오' 영상에서 "저는 그 진술서를 보면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며 "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저희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었던 유 이사장은 "그때 학생회장이나 대의원회 의장은 늘 잡혀간다는 것을 전제로 활동했다"며 "처음에 학생회 간부를 맡을 때 잡혀서 진술하게 되면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노출할지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잡혀가면 첫째로 학내 비밀조직을 감춰야 한다. 우리는 총알받이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소속 써클과 비밀조직을 감추고 모든 일을 학생회에서 한 것으로 진술하도록 예정돼있었다"며 "두 번째로는 정치인들과 묶어 조작하는 것에 휘말리면 안 된다. 당시 김대중 야당 총재와는 절대 얽히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자신의 1980년 6월 12일자 진술서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아무런 배후 없이 대규모 시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학생을 사주해서 시위를 일으키고 그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으려 했다는 게 당시 조작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9년 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피의자로 합동수사본부 조사를 받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학내 비밀조직을 '배후'로 언급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이미 노출된 학생회 간부 등의 명단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허위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유 이사장은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학생활동위원장이었던 이홍동, 그리고 나는 총학생회 간부 3역으로 진술서에 자주 나올수록 좋은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진술에서 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관련해 '민청협회장이고 김대중 씨와 관계한다고 소문이 돌던 이해찬'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이해찬 선배가 몇천명 보는 데서 내 멱살을 잡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진술하지 않기는 어려웠다"며 "다만 '그렇다'고 하지 않고 '그렇게 들었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서의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면서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전날 유 이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하면서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의 진술서에 제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됐으며 이 진술서는 저의 공소사실 핵심 입증증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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