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조업의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뉴욕과 런던, 도쿄가 글로벌 금융 중심지를 표방하고 우리나라도 금융허브를 꿈꾸며 거름 지고 장에 나섰다. 영국 경제가 추락하고, 미국과 일본이 성장률 둔화 또는 정체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이때쯤이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조업의 침체 내지 홀대와 경제위기는 서로 맞닿아 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실물 없는 금융은 허상이라는 '뼈아픈 진실'을 깨달았다.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져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함박웃음이다. 이것도 제조업 동향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2010년부터 7년 동안 2천232개 해외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와 3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일본 역시 2015년에만 700개 넘는 기업이 해외에서 돌아왔다.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민주노총의 강성 투쟁, 세무 조사 등으로 제조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한계기업은 문을 닫고,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해외로 빠져 나간다.
대구경제는 더 나쁘다. 청년 이탈은 매년 1만명이 넘고 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난리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안이한 정신력을 나무라는 기성세대도 있다. 하지만 묻는다. "당신 자식이나 손자 손녀에게 그렇게 말 할 수 있겠느냐? 열악하고 비전 없는 중소기업에서 인생을 시작하라고."
대구기업 , 특히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근로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돌아간다.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구는 우수 기능인력 배출에 있어 전국 최고이다. 매년 150명 전후의 청년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시켜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한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발상지라는 역사와 교육도시라는 전통이 이어져온 결과이다.
아무리 자동화·컴퓨터화를 이야기하더라도 최고의 명품은 장인의 손길에서 나온다. 독일과 일본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우수한 기능인을 대구에 정착시키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려면 청년 기능인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왜, 더 나은 임금과 복지, 사회적 대우를 마다하고 대구 중소기업에 남아야 하는가? 이들의 물음에 대구는 답할 수 있어야 대구 제조업이 살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활력이 돌게 된다.
근본적으로 기업인이 바뀌어야 한다. 직원이 언제까지 종속적인 피고용인으로 남을 것을 기대하지 말라.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무능하고 회사에 해가 된다. 우수한 인재가 자신의 회사에서 실력과 능력을 발휘하고 키워 창업을 하거나 더 나은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이런 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그런 회사는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구의 기능인이야말로 대구 경제를 살릴 또 하나의 키워드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