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 '마음'이 만듭니다. 내 마음을 움직여 변화에 강해지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누군가를 따라 해도 좋으니 일단 한번 도전해보세요."
지난달 30일 오후,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챔버홀 무대에 선 우에스기 마유 교수(동명대 학부교양대학)가 학생들을 향해 힘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마유 교수는 미술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24년 전 한국을 찾은 일본인이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국내외 방송 출연과 강연 등을 통해 한·일간 교류 활동에 앞장서왔다.
이날 마유 교수는 '한국의 청년, 일본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기회 ▷행동 ▷변화 ▷노력 ▷고민 ▷꿈 등 6가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학력 백수 '니트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니트족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생활비를 받으며 취업할 의지도 없는 이들"이라며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만 하면서 연간 180일의 휴일과 연봉 3천만엔(3억원가량)을 원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상만 생각하며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볼 때"라며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강의는 영남대의 인문학 교양 강좌인 '스무살의 인문학'이다. 매주 화요일 3시간 진행되는 정규 교과목(3학점)으로, 수강신청 때마다 정원 500명이 순식간에 다 찰 만큼 인기가 높다.
2015년 ACE사업으로 첫선을 보인 스무살의 인문학은 당시 국내 저명인사들로 강사진을 구성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대학의 재정 사정 등으로 한때 폐강될 위기에 몰렸다. 강좌를 담당하는 최재목 철학과 교수와 운영위원인 박철홍 교육학과 교수는 그 고비를 넘기려고 사비를 출연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영남대 동문인 지산(智山) 우기정 박사(대구컨트리클럽 회장)가 힘을 보탰다. 그가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연 2천만원씩 총 1억원을 기탁하기로 하면서, 스무살의 인문학 강좌는 그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그동안 스무살의 인문학을 거쳐 간 강사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철학자 강신주 씨를 비롯해 ▷그룹 '사랑과 평화' 키보디스트(팝피아니스트) 이권희 ▷시골의사 박경철 ▷이배용 문화재청 세계문화유산분과위원장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작가 겸 문학평론가 고미숙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유명한 언론인 홍세화 등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지역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이들의 강의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강의를 만든 최재목 교수의 넓은 인맥 덕분이었다. 최 교수는 철학자이자 시인이며, 자신의 그림을 내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철학과 인문, 예술 등 여러 분야에 발을 뻗으며 얻은 소중한 '사람 자산'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한 영역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위로도 받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눈도 뜨게 됐다"며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명사들의 강의를 듣기가 쉽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 고급 강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강좌의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올 2학기 '융합인문학' 과목도 신설할 계획이다. 그는 젊은 세대가 미래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지적 먹거리 터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미래 융합적 안목을 갖고 자신만의 지적 영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나아가 지역과 수도권의 교육,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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