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리러제이원 박종태 개인전 '심연에서 유'

박종태 작
박종태 작 '무제(blue)'

조각가 박종태는 잘게 부순 종이를 이용해 다양한 입체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푸른색 양주 유리병을 수건에 싸서 부순 다음, 부서진 모양을 그대로 패널에 부착해 또 다른 의미연관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거나, 철망을 잘게 부수어 그 조각들을 다시 응집해 만든 원통형 입체 작품, 또는 나무의자나 박스를 부수어 특유의 조형물로 조립한 작품 등등.

박종태는 사물들의 용도를 박탈해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조형의 새로운 깊이와 의미를 추구해왔다.

갤리러제이원은 '심연에서 유(遊)'라는 타이틀로 18일(토)까지 박종태 개인전을 펼치고 있다.

"조각가로서 '조형물을 만든다'는 기본 행위를 전복시키면서 사물과 구조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쪽으로 향하는 나의 작품들을 부수는 행위 이후의 재창조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파쇄된 오브제를 먹과 수성물감, 수성접착제를 이용해 패녈 위에 일일이 쌓아올리는 일을 직접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작품에 손자국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 두께와 요철이 고르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작가의 의도는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즉 손의 사유를 통한 마음의 흔적들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에 감상자들로 하여금 종이 지층에 쌓인 작가의 노동과 정신의 질량을 음미하게 함으로써 선(禪)적인 평정심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면에 가까운 색면의 톤과 요철의 질량감, 촉각적인 무게감과 매체의 형태적 환원 등 조형적인 변용을 넘어 파쇄종이들 사이로 보이는 숫자나 기호와 글씨의 파편들이 텍스트의 일부를 암시하기도 하면서 현실의 삶과 관계된 다양한 암호들의 파편을 찾아내는 것 또한 작품 감상의 재미일 수 있다. 문의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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