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실패는 없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될 듯 말 듯. 그만하면 포기 할 법도 하지만 이틀 삼일을 내리 시도한 끝에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는 딸을 보며, 그리고 잘했다고 박수치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실패는 없다.

아기를 낳기 전이었다면 아기가 눈을 맞추고 엎드리고 기는 일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쯤으로 여겼을 것 같지만 세상에 나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또 익히는 아기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로 그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뒤집어질 듯 하다가 도로 반듯하게 누워져 버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다시 일어나려 애쓰던 그 수많은 도전들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이고 또 경험이 쌓이고 쌓여 성장에 이르는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누구하나 예외 없이 걷고 뛰기까지의 도전을 거듭하며 자라왔고 경험을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해 온 것이다.

나의 그 동안을 돌아보면 판소리를 하며 실력이 향상되기도 하고 슬럼프를 만나 한참을 방황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대회를 경험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과 무대에 도전하여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가시지 않는 부끄러움에 밤새 이불킥을 날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결코 실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겪는 일마다 느끼는 바가 있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고 더불어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슬럼프와 방황, 좌절과 실망. 어찌 생각해 보면 나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든 것은 실패인 것 같기도 하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을 대비하고 준비했던 것. 기쁘고 보람된 경험만이 좋은 경험은 아니란 말이다. 받아들이는 이 나름이겠지만 필자는 그랬다. 다행히 좌절과 슬픔, 패배와 분노 속에서도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늘 함께 했다. 겪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다시 도전할 용기와 시간이 없어서 일까. 경험을 통해 얻는 성취 혹은 좌절 등 다양한 모습의 결과와 감정을 그저 성공과 실패라는 이름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것 같다. 실수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실패만 남기는 실패는 없다.

미국의 영화감독인 게리 마샬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늘 유익한데,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실수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비단 다른 사람의 실수만이 배우는데 유익할까. 나의 실수와 실패도 가치를 가지도록 해주자. 실패의 원인을 탓하지 않고 다음을 위한 기회로 삼자. 도전하는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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