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경북 울진 가출 청소년들 '이젠 어디로…', 울진 청소년 보호시설 폐지 논란

울진군, 청소년쉼터 리모델링해 회의실로
‘이용자 적더라도 지역 청소년 지원 축소는 안 될 일’ 비난 높아

9일 울진군의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9일 울진군의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울진군일시청소년쉼터'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 울진군은 이곳을 리모델링해 회의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신동우 기자

울진군이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을 없애고 그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군청 회의실로 사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진군은 '보호시설 이용자가 거의 없고 다른 시설들과 내용이 중복된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에선 '가출 청소년에 대한 지원 축소'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울진읍에 있는 '울진일시청소년쉼터'(이하 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가출 청소년들의 숙소 및 지역아동센터로 활용돼 왔다.

1988년 지어져 원래 1호 관사(지자체장 숙소)로 운영되던 건물을 당시 임광원 군수의 '관사를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용도가 바뀌었다. 군수들이 지역에 집을 갖고 있어 그동안 관사 필요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울진청소년쉼터는 경북지역 군 단위 중에선 유일한 청소년 보호시설로 대지면적 약 949㎡, 연면적 약 113㎡ 규모다. 군에 따르면 연간 평균 12명 안팎의 가출 청소년이 이곳 쉼터를 이용했다. 연도별로는 개소한 2013년 11명, 2014년 25명, 2015년 14명, 2016년 11명, 2017년 5명, 지난해 7명 등이다.

그러나 울진군은 지난 1월 쉼터 폐지를 결정하고 1억여원을 들여 회의실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예산 대비 운영 필요성 및 업무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울진군이 밝힌 쉼터 폐지 이유다. 연간 운영비는 2억4천만원 정도다.

울진군 관계자는 "쉼터가 필요하지만 시설기준에 미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력 부족으로 최소 인원 6명(시설장 1명, 보호·상담원 4명, 취사원 1명)도 채용하지 못해 2명(팀장, 행정원)으로 운영하는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울진군은 이후 가출 청소년이 희망할 경우 안동이나 포항의 보호시설로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그동안 회의실이 없어 회의를 못했던 것도 아닌데, 회의실 마련을 위해 위기 청소년 지원을 줄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희 울진군의회 의원은 "울진의 학업중단 청소년은 42명으로 인근 영덕보다 4배나 많고, 경북 전체에서도 11번째"라며 "경북에 4곳뿐인 보호소 중 하나인데, 효율성의 이유로 폐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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