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흔들린 신/리처드 도킨스/이한음 옮김, 『만들어진 신』, 김영사, 2007년(1판 5쇄)

김정숙 작
김정숙 작 '성 이시돌 새미 은총의 동산'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시종일관 유일신과 종교계에 대해 전투적이며 공격적이다.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무신론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설파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저자의 서문에서, 이 책은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 당신은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6쪽). 또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다수가 믿는 곳에서 신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비판한다. 공격의 대상은 유대교, 기독교(가톨릭 포함),이슬람교이다. 불교와 유교는 배제되어 있다.

신앙생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나는 독실하지는 않지만 가톨릭교회에 적을 두고 있는 신자이다. 『성경』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고전문학이며 성음악이 주는 감동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친구를 사귈 확률이 많고 자신을 성찰하고 봉사할 기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속감과 순기능이 있다. 수용하기에는 거부감도 들지만 구약의 야훼와 신약의 예수의 어록은 상징과 비유로 해석한다. 신앙생활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지적 논쟁의 최첨단에 서 있는 인사이다. 그는 1941년 케냐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노벨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인 니코 틴버겐의 제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로 인정받고 있다.『만들어진 신』역시 출간 이후 전 세계 과학계와 종교계에 돌풍을 일으킨 화제작이자 문제작이었다. 이 책은 신(神) 논쟁에 불을 지폈다. 저자는 수많은 과학적 논증을 펼치며 신이 없음을 설파하고 오히려 신을 신봉함으로써 벌어진 전쟁과 기아, 빈곤과 차별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따진다. 종교계 인사들에겐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신과 사람 사이를 과학과 지성의 힘으로 갈라놓았다. 물론 판단은 독자가 내린다.

저자는 종교가 없어도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도덕적 행위는 종교적 신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꾸준한 진화로 만들어진 생존의 뿌리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대해 자신의 이기적 생존을 도모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각 생물이 이기적이 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이다(327쪽)." 상호 생존이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 개념은 종교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언어라는 힘이 대개 소문의 형태로 평판을 퍼뜨리는 데 기여한다(330쪽)."라고 보는 것이다.

575쪽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종교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의 본질은 사랑과 감사라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수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에게 천국에 대해 묻자 "천국은 내 마음에 있으며, 이웃에게 잘 하는 것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라 말했다. 이웃은 같은 종교인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사는 현실적인 이웃을 말하고 있다. 사마리아 사람을 진정한 이웃이라 예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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