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은 주당 34시간 내외를 학교에서 생활한다. 거기다가 방과 후 수업에 2시간가량 참여한 후 학원으로 달려간다.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각자 미래의 꿈을 개척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참아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배워야 할 개념이나 원리를 사교육을 통해 미리 학습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교육정상화법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교육 관련 기관의) 선행 교육 및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업 간 우선순위를 학교 수업 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정규 수업과 방과 후 수업 중에서 어느 것에 힘을 쏟아야 할까? 정규 수업은 모든 학생이 필수 과목이든 선택 과목이든 참여하여 수강하게 된다. 그에 비해 방과 후 수업은 학생이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도 교사도 당연히 정규 수업에 온 힘을 다 쏟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더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정규 수업 이후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부분 학생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생님의 정규 수업이 부실하면 방과 후 수업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규 수업에서 가장 많은 개념과 원리를 익혀야 하고, 또래들과 협력 학습을 열심히 하도록 선생님도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들을 수업 주체로 내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비교해보아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신 성적 대비나 난이도 측면에서 살펴보자. 가르치는 사람은 분명 학교 선생님인데 학원 가서 학교 내신 성적에 대비한다는 학생이 많은 까닭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교사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가르칠 것을 빠뜨렸거나, 평가 문항이 어려운 경우일 것이다. 또 수능 고난도 수학 문제를 학교 수업만으로는 지도가 어렵다면 누구나 학원에 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학생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 교과별 성취 기준과 수업 평가와 기록이 일치하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공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학원 보충 수업이 더 필요하다면 굳이 선행 학습을 시킬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 위주로 복습을 통해 학생이 자기 실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균형 잡힌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또 모든 학생이 학원에 가서 비싼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수능 수학 4점짜리 문제는 학원에 가서 단순히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해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공정성 및 타당성 측면에서 살펴봐도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 학생이 그 문제를 풀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학교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개선하여 사고력을 신장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그때 학원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구 수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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