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실조증을 가지고 태어난 최다은(6·가명) 양. 온몸을 뒤덮은 홍반과 수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야 했다. 의사는 "평생 난치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다은 아빠는 매몰차게 떠났다.
엄마 이미라(36·가명) 씨는 지금껏 홀로 다은이를 돌봤다. 하지만 이 씨 마저 갑상샘저하증과 당뇨, 고혈압 등의 병을 얻으면서 앞으로의 일이 절망스럽기만 하다.
이 씨는 다은이의 새끼 손가락을 잡고 자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어린 다은이는 종종 새벽에 발작 증세를 보이는데 혹여 엄마가 걱정할까 소리 없이 참기만 하는 탓이다. 다은이에게는 필요한 치료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상황이지만 감당 못 할 생활고가 이들 모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 유전적 피부질환, 눈, 치아, 중추신경계 발달이상 유발
다은이의 몸은 색소실조증의 영향으로 번진 먹물 같은 회청색 자국이 온 몸을 뒤덮고 있다. 이 질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현상으로 생긴다는 것 외에는 밝혀진 것조차 없다. 그나마 주요 특징인 피부병변은 자라면서 점차 옅어지지만 시력, 치아, 중추신경계 발달이상 등 다양한 장애가 동반된다.
다은이는 현재 14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절반이 기형이다. 통상적으로 28개의 치아를 가진 일반인의 25% 수준만이 정상인 셈이다. 오른쪽 눈은 사물을 뿌옇게만 볼 수 있고 왼쪽 눈은 정면밖에 응시하지 못한다.
뇌병변 증상으로 인지·언어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련과 발작도 잦은 편이다. 이 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색소실조증 환자 수가 250명이 채 안 된다"며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정부의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랄까. 다은이는 발작의 정도가 중증 뇌병변 장애인 수준으로 심해 의료급여 2종으로 등록, 치료비를 일부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발달치료, 언어치료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크다. 하루 1~2시간씩 일주일(6시간) 치료에만 24만원이 든다. 이 씨는 "불과 6개월 전까지 배변을 못 가렸던 다은이가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보자 부담스러워도 중단할 수가 없더라"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해서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보려고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데, 엄마에게 찾아온 병
이 씨는 다은이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았다. 평생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편은 냉정히 딸을 버렸다. 그는 다은이를 단 한번도 안아보지 않았다. 이 씨는 "평생 목축업을 해온 남편이 가축 보듯 자기 자식의 생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2년여간 이어진 이혼 소송 결과, 법원은 남편에게 매달 7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그는 이마저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지원금 60만원으로 다은이를 돌보면서도 짬짬이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갑상샘저하증을 앓게 되면서 이제는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호르몬 이상으로 단기간에 몸무게가 25㎏이상 불어 현재 당뇨와 고혈압까지 앓고 있는 상태다. 그는 "전 남편과 이혼할 때 '보란 듯이 다은이 잘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며 "아이의 병만 해도 넘어야 할 고비가 아직은 수십 고비인데, 나까지 병을 얻으니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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