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다 보면 저마다 마을, 집터, 묏자리 풍수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대부분 해석이 달라서 반풍수 사람 잡는 모양새다. 풍수는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인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지기(地氣·땅 기운)를 살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풍수 인테리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거지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건강 발복 기원이다. 중국 전국시대부터 유행한 풍수는 산세(山勢), 지세(地勢), 수세(水勢)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키는 고대 입지론이다. 북풍을 막아주는 뒷산이 떡 버티고 있고, 앞은 툭 터져서 먼 산이 줄지어 보이고, 농사짓기 좋도록 논밭과 강이 어우러져 있는 곳은 당연히 살기 좋은 곳일 수밖에 없다.
사실 풍수는 농경시대 프레임에 맞는 명당 입지론이다. 귀촌은 농경 프레임에 맞추는 행위이기 때문에 귀촌인은 풍수를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문제는 풍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그런 땅을 찾기가 어렵고, 찾더라도 교통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풍수 선생이 와서 하는 말이 '잠 잘 오고 깰 때 개운하면 명당'이라는데, 남의 땅에서 먼저 자보고 땅을 고를 수도 없으니 참 낭패스럽다.
이참에 내가 체득한 풍수를 알려드릴까 한다. 대도시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 햇빛이 온종일 잘 드는 곳, 되도록 산과 인접한 곳, 가축 농장과 소음이 없는 곳, 함께할 마을 주민이 있는 곳이면 될 것 같다. 귀촌 귀농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땅덩어리는 좁은 데 무슨 명당자리가 그리 많이 남아 있겠는가. 악취와 소음을 피하고 바람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지인들과 파티를 할 수 있는 멋진 별장, 가족과 편히 지낼 수 있는 집도 좋지만 혼자서 조용히 휴식·명상·농사짓기에 편한 곳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산골에도 TV와 인터넷이 잘 보급되어 전 세계 소식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세계화와의 기술과 귀촌이 병존하는 '세귀화시대'가 확 열려 있다. 좌청룡 우백호의 기존 풍수 관념에 너무 묶이지 말자.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면서 조그만 지혜를 얻어가는 귀촌, 세속적 탐욕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는 귀촌, 세계와 연결되고 해외여행도 가끔 꿈꿀 수 있는 귀촌'을 상상해보자. 소망이 영글 수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 바로 자기만의 명당이며 귀촌 풍수의 행복이 발현되는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구대 명예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