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疑隣盜斧(의린도부)-이웃이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함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 애의 걸음새나 얼굴 표정, 말투도 꼭 도둑놈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있던 도끼를 찾았다.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았다.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어디를 봐도 도둑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인간의 눈에는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인다. 마누라를 예쁘게 보면 처갓집 말뚝도 아름다워 보인다. 눈이라는 렌즈는 보이는 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의 조종을 받는 것이다.

의린도부(疑隣盜斧)는 이웃(隣)이 도끼(斧)를 훔쳤다(盜)고 의심(疑)한다는 말이다. 실부의린(失斧疑隣도끼를 잃어버리고 이웃을 의심한다)과 같은 말이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여씨춘추'(呂氏春秋), '열자'(列子) 등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현재는 근거도 없이 의심하는 것을 빗대 이르는 말로 쓰인다. 따져보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왜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마 항상 가까이 보는 이웃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있는 모르는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웃집 아들을 관찰했을 뿐 섣불리 찾아가 야단을 치거나 소문을 내지는 않았다. 도끼를 찾은 뒤에는 이웃집 아들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다.

이유 없는 의심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마녀사냥이 된다. 판결도 받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 취급한다. 무죄 추정이라는 합리적인 사고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꼭 2년이다. 출범 초기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던 대통령이 요즘은 미워 보이는가 보다. 하기야 백성이 대통령 욕이라도 실컷 해야 살 맛이 날지 모른다. 대통령이 치매 환자라는 둥 뜬금없는 말들도 있다. 치매 장모를 둔 대통령은 치매 환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대통령이 치매 환자다"고 등식화하는 것은 왜곡된 의린도부가 아닐까.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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