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원리나 그에 기한 각종 설비, 재화, 서비스 거래 체계가 사회적으로 제법 익숙한 현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나눠 타거나, 차량과 기사를 즉석에서 함께 호출해 운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쏠쏠한 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기왕이면 트렌드로 여겨지는 공유경제가 시장에 더 정착하기 전에 그 의미나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을 듯하다.
공유경제란 말의 의미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내가 가진 유무형 자원을 보편적 거래 조건보다 유리하거나 효과적으로 타인이 빌려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거래일 뿐이다. 기업가가 판매하거나 전문적으로 대여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관해 특정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한 시스템을 통하여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대라는 법률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공유경제는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도록 하는 협력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경제 침체기에 소비자가 갖는 구매력의 한계를 나눠 쓰기로 해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급자 측면에서는 수요자에게 필요충분한 최적의 물건을 제공하도록 해 공급의 불균형이나 과잉을 해소하고, 동시에 수요자로서는 구매 비용을 임대로 대체하거나 종래의 임차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는 데 그 편익이 존재한다.
기업 간 거래이든, 소비자 대상의 거래이든, 수요자 측에 적절한 소비 혜택을 주는 것 이외에도 보편적 시장에서는 단순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공유경제의 틈새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공급자의 기회를 부여하고 거래의 부가가치를 얻도록 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유휴자원이나 설비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민감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가계가 때로는 기업처럼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해 내도록 한다는 측면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필연적으로 수요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나 거대한 무선통신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즉, 공유경제에 해당하는 정보 시스템의 속성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을 이미 확보한 거대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공유경제라 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직거래를 알선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고,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업체만이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을 가져가는 측면은 거의 유사하다.
또한 개인의 유휴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영세한 자산가나 개인 소비자들이 더 공급을 주도하게 함이 적절할 것이나 실상은 대기업이 보유 자산을 보다 전문적으로 가격 차별의 경우처럼 틈새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충해 주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른바 공유오피스는 겉으로는 공유경제의 이름을 쓰고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가격 차별을 통해 임대 수요를 더 흡수하고 확보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 기업들에 글로벌 거대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GM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카셰어링' 사업 전략을 펼치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이러한 공유경제 개념이 소득 이동과 재분배를 가져오면서 오히려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공유경제는 상당 부분 전통적 임대나 리스 시장, 관련 법령들과 연관돼 있다. 최근 크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강행법규와의 충돌 이슈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법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정하고, 경제 트렌드를 반영하자는 단순 논의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유경제의 확장으로 인해 영향 받는 기업은 대체로 전통적 산업에 속해 있고, 성장 침체로 기업가와 근로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 추세다. 소득이 소비로 연결돼 경제 선순환 구조에 주는 영향을 중요시한다면, 전체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제 등으로 안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에 속한 근로자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공유경제는 분명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효용이 보다 큰 대상에 소비를 집중할 기회를 보장하는 매력이 있다. 공유경제 원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유경제에 의해 역설적으로 또 다른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전통산업이 무너져 경제 전체가 진통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시장 원리를 통해 자연스레 도입되거나 정착되지 않은 공유경제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 효과가 어떠할지 여러 각도에서 신중히 검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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