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야당 탓하는 문 대통령, 국정 현안 해결 의지 있기는 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킨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에 생중계됐으니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한 발언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국정 현안 해결보다는 '감정풀이'에 치중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붓고는 국정에 협조하라는 것은 '백기투항'하라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이런 발언은 청와대 참모나 시민단체 대표가 하면 될 터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협상의 통로를 막아버리니 어이가 없다.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여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나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도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가동시킨 뒤 5당 대표와의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원내교섭단체만 참가하는 상설협의체, 황교안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연일 국정 현안이 쌓여 있고,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걱정하면서도 야당과 협치는커녕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있으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다. 한국당을 무시하고 강경 돌파를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적폐 세력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문 대통령이 '바른 사나이'로 점수를 얻을지 몰라도, '정치는 정말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싫은 상대라도 어르고 달래가며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 정치의 묘용이자 국정 운영의 기본이다. 고지식함과 감정풀이로는 정국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국민들만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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