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13. 유치원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더니

해맑은몬테소리유치원(대구시 수성구 들안로) 아이들은 반별로 정해진 요일에 옥상텃밭에 간다. 텃밭에 심어놓은 딸기, 블루메리, 자두, 상추 등 갖가지 식물을 가꾸기 위해서다. 정해진 요일뿐만 아니라 비가 내린 뒤나 바람이 심하게 분 뒤에도 아이들이 "채소가 잘 있나 궁금해요"라고 하면 선생님이 인솔해 옥상텃밭을 둘러본다. 이 유치원은 지난 해 수성구청의 '옥상텃밭 조성지원사업'에 선정돼 4층 건물 옥상에 약 100㎡의 텃밭을 조성했다. 구청 지원 2000만원에 자비를 보탰다.

◇ 식물의 한평생을 모두 본다는 것

텃밭을 조성한 뒤 이곳 아이들에게는 작지만 의미 있는 생활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자연친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청도의 딸기농가를 방문해 수확체험을 했다.

유치원 어린이가 옥상 텃밭에서 딸기모종을 심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가 옥상 텃밭에서 딸기모종을 심고 있다.

자동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당시엔 오직 수확체험만 가능했다. 하지만 옥상에 텃밭을 조성한 덕분에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시드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식물의 한살이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물살이의 거의 모든 과정을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하나의 우주'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다.

◇ 날씨변화에 민감해지고 생명 존중

아이들에게 생긴 두 번째 변화는 관심과 애정을 주면 작물의 모양과 생육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남들이 기른 딸기를 수확했지만, 이제는 붉게 익은 딸기를 수확하기 위해 어떤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직접 경험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비가 내리지 않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아이들은 "딸기가 잘 살아 있는지 궁금해요"라며, 선생님께 옥상텃밭에 가보자고 말한다. 장대비가 내려도, 거센 바람이 불어도 무덤덤하던 아이들이 날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치원 어린이가 옥상텃밭에서 딸기모종을 심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가 옥상텃밭에서 딸기모종을 심고 있다.

올해 봄,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했던 날, 한 아이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만 딸기는 어떻게 해요?"라며 염려했다.

◇ 새소리 들으며 유쾌하게 하루 시작

아이들의 편식 습관도 줄었다. 평소 채소를 통 먹지 않던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한 채소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유치원에서 먹고 남은 채소를 챙겨 집으로 갖고 간 아이도 있었다. 옥상텃밭을 찾아오는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니 선생님들도 기분이 좋다고 한다. 평소 도심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새소리를 아침마다 듣게 되니 기분이 상쾌하고,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로 식사를 준비하니 '왠지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가 내리면 아이들 등·하원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비가 내리면 작물이 잘 자랄 것 같아 즐겁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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