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 시원은 1483년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종이에 인쇄된 뉴스가 널리 유포되면서 가짜 뉴스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르네 홉스 로드 아일랜드대 교수 겸 미디어교육 연구소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짜 뉴스는 미국 저널리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으로, 독립전쟁 당시 '머리 가죽을 벗기는 관습'을 가진 인디언들이 영국 국왕 편에 서 있다는 거짓을 꾸며냈다.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 뒤에 그가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있을 때 썼다는 편지가 공개된 일도 있다. 그 내용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정적들은 이 편지를 공개하면서 워싱턴이 영국에 동조했다고 공격했다. 물론 '가짜 편지'를 이용한 '가짜 뉴스'였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대선 이전까지는 가짜 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이긴 했지만 '진실'과 '사실'에 대한 근본적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에 한 발언의 70%가 거짓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당선됐다. 이를 두고 '탈(脫)진실'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 미국에서 사실과 진실은 정치적 입장과 무관한 게 아니라 바로 그 정치적 입장에 따라 '우리의 진실'과 '그들의 진실'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취임식 때 백악관 대변인이 관중 규모를 부풀려 말한 것을 두고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콘웨이가 '대안적 사실'이라고 한 것은 이런 시대상을 잘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KBS와 대담에서도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장률 등 거시 지표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명백한 '가짜 뉴스'다. 경제 현실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가짜 뉴스 생산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탈진실'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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