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희망을 품은 여행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보물섬 같은 모험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공포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이자 시인 로버트 스티븐슨은 이야기 했다.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편이 도착해 버리는 것보다 낫다."

이 명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또는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는 것,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은 막연하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울 수 있지 않은가.

필자는 생각한다. 언제 다다를지 모를 도착지를 기다리기 보다 더 멀리 여행을 하고 많은 것을 겪고 경험하고 쌓아가며 도착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필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며 가끔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꿈꿔왔다. 떠밀리거나 이끌려 나의 발자취를 남기기보다 보다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여 후회 없는 과정과 결과를 남기기를 바랐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환기를 기대하며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떠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처한 현실에 부딪혀 그저 갈망으로 끝날 뿐이었던 것이었다.

현재 필자는 러시아 동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바닷가 마을에 머물고 있다.

대구연극협회의 해외교류공연을 위해 떠나오는 길이며 공연과 함께 짧은 휴식을 하고 돌아가는 4일 동안의 일정이다. 혼자였다면 언제 어디로 가서 얼마를 머물던 크게 개의치 않았을 테지만 가정과 아기도 있는 입장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떠날 수 있는 용기. 크고 중대한 일에 비하자면 사소한 결정일지 모르나 나는 떠나왔고 좋은 공연을 고대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갈 생각이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걷고 처음 먹는 음식에 도전하고 동료와 지난 추억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새벽 늦도록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보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나에게 성취의 보람을, 휴식의 에너지를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선물해줄 것 같다. 그것으로 잠시 동안의 일상을 벗어난 나의 여행은 만족스러우며 다시금 충전된 희망으로 잘 하고 있다고 작은 응원과 칭찬을 보내게 될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인생길. 도착지에 이르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 여행을 위한 여행을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은 어떨까. 그 선택에 뒤따르는 노력과 희생은 더 다양한 색으로 물들 나의 풍경을 상상해볼 때 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오늘도 여행하자. 정성들이고 저지르고 부딪히고 꿈꾸며 희망의 여행을 떠나보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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