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음의 병을 어쩔 것이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인간은 육체적으로 그리 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그리 완전하지 못한 존재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며 불완전한 존재다. 이런 존재가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 예상치 못했던 사고, 원치 않았던 이별, 양심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죄를 짓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갇혀 살게 된다. 마음의 병인 상처와 죄, 그리고 고통은 사람에 따라 작은 불행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불행이 되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곧바로 해결하려고 든다. 죄를 짓고도 도망부터 치려고 한다. 고통을 단번에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와 죄와 고통은 부정이나 도피나 탈피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장애를 해결해주는 것은 숙련된 의사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인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도 상처와 죄와 고통 때문에 힘들게 지낸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부정이나 도피의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상처와 죄와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이것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고통을 주는 원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자가 어디 있으며, 죄 짓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며 고통 없는 자가 어디 있느냐, 모두가 힘들게 사는 중생이며 이들이야말로 진실로 부처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만 고통 받는 존재가 아님을 자각하고 나서 상처와 죄와 고통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떠올리며 반성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속죄하면서 자기성찰을 해 보라. 그러면 조금씩 가슴이 열리고 세상이 보이고 우주가 보이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볼 일이다. 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사랑에는 상처까지 내포되어 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곳에는 사랑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사랑하고 상처 받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아프다는 마음, 밉다는 마음, 두렵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남이 밉지도 않고 세상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이 괴롭지도 않게 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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