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포항의 자랑, 흑구문학관 시내로 이전해야

한국 수필문학의 거장 한세광 문학관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수필문학의 거장이자 포항 문화예술의 선구자인 흑구 한세광의 문학관을 포항 중심지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항시의회 김민정 시의원은 최근 포항시 승격 70주년을 맞아 '흑구문학관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흑구가 교편을 잡았던 포항수산대학 부지인 송도로 이전하고, 내연산 보경사 경내에 있는 흑구문학비를 흑구문학관 이전에 맞춰 함께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흑구문학관은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있다.

평양에서 태어난 흑구는 192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노스파크대학에서 영문학을, 템플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고, 1939년 흥사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친일문학 연구자인 임종국은 흑구를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문학의 초기 번역, 한국 수필문학의 정립도 흑구 없이 논할 수 없다.

미군정 통역관을 했던 흑구는 1971년 간행된 첫 수필집 '동해산문' 서문에 밝힌 것처럼 '항상 푸르고 맑고 볼륨이 넓고 거센 바닷가에서 한가히 살고 싶다'며 포항에 정착했다.

이에 포항시는 이를 기리기 위해 흑구의 대표 수필인 '보리'의 무대이자 흑구가 즐겨 거닐었던 호미곶 구만리 보리밭, 옛 구만리 마을회관에 지난 2012년 흑구문학관을 조성했다.

하지만 시설이 좁고 낡은 데다 올해 흑구문학관의 문학 프로그램 운영 예산도 없으며 홈페이지·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기본적인 홍보 시스템도 없는 상태다.

이에 김민정 시의원은 흑구문학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관리자를 채용하고 흑구를 포항의 문화예술 및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재평가할 것을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흑구는 구만리 청보리밭을 산책하며 한국인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감동적인 문장을 남겼다"며 "구만리에 끝없이 물결치는 푸른 청보리와 흑구의 문학정신은 위기에 처한 포항이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포항의 정신, 포항의 가치'"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