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말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대한민국의 행복 트렌드를 '소확행'이라고 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조금은 철 지난 유행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방의 곳간을 담당하는 세입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가 '소확행'을 패러디하여 '성실 납세가 소확애(小確愛)'라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성실한 납세가 작지만 확실한 애국이라고.
지방 세입의 구성을 보면 크게 자체수입(지방세와 지방세외수입금)과 의존수입(교부세, 보조금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매년 세입의 전체 규모는 늘어나고 있으나 세입에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대구의 경우 2016년 50.6%에서 지난해 47.6%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분석(2019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31개 기초단체 중 61.3%에 해당하는 19곳(대구 3곳, 경북 16곳)이 지방세 수입으로 직원들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15곳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납세자의 추가 부담 없이 지방소비세율이 인상(11∼15%)되어 지방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구시에서는 구·군과 힘을 모아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납기 내 징수율을 높이고 체납액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납자 재산 압류, 신용정보 등록, 출국금지,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등등이다.
최근에는 시 세입관리팀에서 8개 구·군의 세외수입 부과·징수 담당 공무원들을 직접 찾아가 체납 처분 정리 기법을 교육하기도 하였다. 정확한 부과와 고지서 송달, 독촉 고지서 발부 그리고 채권 확보를 위한 압류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들보다 최고의 상수(上手)는 '성실한 납세'라 하겠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성실한 납세로 적은 징수 비용만 지불하면 될 것을 독촉, 압류 등 필요 이상의 행정상 비용인 '가래'가 사용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애국지사들이 계셨다. 3·1운동이 그랬고, 6·25전쟁 때 우리의 선조들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평시인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애국을 하고 있는가. 바로 성실 납세이다. 각자에게 부과된 자동차세, 재산세, 주민세를 기한 내 성실히 납부하고 부담금, 과태료 등 세외수입을 제때에 납부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 국가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와 국가를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라 하겠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100년 전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애국의 삶을 실천하셨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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