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탕 대신 사탕수수당'…대체당 시장 선점한 대구업체 '아우노'

설탕에 비해 폴리코사놀, 미네랄 등 영양소 풍부
콜롬비아 현지 기업과 5천만달러 규모 계약 성과도

권재원 (주)아우노 대표가 사탕수수분말
권재원 (주)아우노 대표가 사탕수수분말 '아우노슈가'를 소개하고 있다. 박상구 기자

설탕을 '건강의 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요즘 식품업계의 관심은 '저당분'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설탕을 적게 쓰는 것 뿐 아니라 대체당 제품 연구도 활발하다.

2013년 설립된 대구의 식품업체 ㈜아우노도 그 중 하나다. 아우노는 정제 과정에서 폴리코사놀,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요소가 걸러진 정제당 대신 사탕수수를 그대로 분말화한 '사탕수수당'의 제품화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사탕수수당의 공정 자동화 설비를 갖추기도 했다.

권재원 아우노 대표는 식품업계 비전문가 출신이다. 그는 10년 전까지 프로축구 울산현대축구단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칠레에서 고등학교를 다녀 스페인어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스카우터 업무도 겸하던 권 대표는 용병 스카우트 업무 차 방문한 콜롬비아에서 뜻하지 않게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권 대표는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꿀물을 타먹듯 콜롬비아에서는 사탕수수 분말을 물에 녹여먹을 만큼 건강식으로 유명했다"며 "대체당 시장이 아예 없던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 공정이 모두 수작업이어서 품질이 들쭉날쭉했고 수분 제어가 힘들어 유통기한도 매우 짧았다. 사탕수수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려던 권 대표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권 대표는 사업을 접는 대신 직접 연구개발에 나섰다. 지역에 있는 식품영양학 전문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결국 매출 없이 1년 이상을 연구개발에만 쏟아 부은 끝에야 정제 과정 없이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경사도 맞았다. 권 대표는 지난 6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콜롬비아 경제사절단에 동행했다가 현지 기업과 5천만달러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계약서에는 현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5% 로열티 조항도 포함됐다.

권 대표는 "지난해부터 콜롬비아 외교부가 품질 문제로 사탕수수 수출이 어렵다며 기술문의를 해왔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도 콜롬비아 측이 먼저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콜롬비아가 세계 2대 사탕수수 생산국인데 우리는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양질의 제품을 받을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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