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할 날이 많다. 그중에서도 21일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부부의 날'이다. 지난 15일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가정폭력 끝에 아내를 무참히 때려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가정폭력범죄의 재발을 막고 건강한 가정으로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보호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법관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누구보다 컸다. 서울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인사건에서 보듯이 가정폭력은 이혼을 했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살인사건의 약 40% 정도가 부부를 포함한 친족 간에 일어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법원에서는 이혼재판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가정폭력, 아동학대, 청소년비행 사건을 다루는 가정보호, 아동보호, 소년보호 재판도 하고 있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정보호재판에 행위자와 피해자로 출석한 부부가 이혼재판에 원고와 피고로 출석하고, 소년보호재판에 비행소년의 보호자로서 출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부가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아이들까지 비행을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불화가 심한 부부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각 연령에 맞는 성장과업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어 낮은 자존감과 학교 부적응 등을 겪으면서 결국 비행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구가정법원의 가정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해 2천700여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8배나 대폭 증가하였다. 법률은 가정에 침투하지 못한다는 전근대적인 인식 탓으로 범죄로 다루어지지 않던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이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변화를 거쳐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 가정법원도 2005년부터 가사소년전문법관 제도를 시행하고, 전문조사관을 대폭적으로 증원하여 후견적, 복지적인 선진화된 전문법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에 가정폭력이나 알코올 중독문제 등을 다루는 상담소의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상담위탁 처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에서 가정폭력 예방사업의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여 일부 상담위탁 기관이 위탁업무를 중단한 상태이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대구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정법원과 연계하여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부부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부는 환상기, 환멸기, 인정기, 축복기라는 발달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또한 자녀가 청소년기에 이르는 시점에 부부의 만족도가 제일 떨어지고, 자녀가 진학, 취업, 혼인 등으로 가정을 떠나는 시점에 다시 만족도가 상승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대부분 부부들은 환멸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야 아이도 많이 낳고, 결혼도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회적 문제해결의 키워드는 가정이고, 그 가정의 핵심은 '부부'다. 부부가 행복해야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다.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부부 간에도 손님처럼 서로 공경하라는 상경여빈(相敬如賓)의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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