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왈 "당신은 내게 로또같은 사람이야"
남편 기뻐하며 "정말?"
아내 왈 "응 하나도 안 맞아"
웃자고 쓴 어느 카페글을 보고 내 얘기인 줄 알았다. 남편과 식습관도 취향도 생활패턴도 한 번도 맞은 적 없는 로또 같아서다. 결혼 전에는 콩꺼풀로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 살아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도 서로 다르니까 보완해가며 살지 하고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듯 비혼족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결혼 신고 건수도 25만7600여건으로 2017년보다 2.6% 줄어들었다. 비혼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추리컨대 비혼의 이유는 혼자 사는 게 더 나아서일텐데. 남자는 돈이 없어서, 여자는 남자가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유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요소는 한국의 결혼제도가 여전히 여성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산으로 인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에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의 무수한 사례들은 미혼 여성이 '굳이 결혼?'이라는 고민을 하기에 충분하다. 가족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은 엄마의 과제가 되어 맞벌이면서도 퇴근 후 더 바쁘게 만든다. 명절에는 상전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가사 분담에 적극적인 남편도 많고 남녀 평등도 실현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모시는 두 상사만 봐도 여자일 남자일 구분없이 전천후다.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이 많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택했지만 꼭 결혼하라고, 아이를 낳았지만 꼭 낳으라고 말을 못하겠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며 살아갈 선택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랑해서 가족이 된 이상은 어쨌든 잘 살아야 한다. 데면데면하게 남편은 '남의 편' 같고 아내는 '안 해'로 사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고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감으라고 영국의 토마스 풀러가 말했는데 본인도 실천했었을까. 최근에는 졸혼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부부만이 함께 늙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21일 부부의 날이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평소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못한 남편들은 이 날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왕 만들어진 부부의 날,비록 로또처럼 안 맞는 부부라도 행운이 오려니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길 바란다. 이만한 전우(戰友)가 잘 있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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