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다양한 만남이 존재하듯 연극 역시 '만남'과 함께한다. 연극은 만남이라는 여러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특정 예술과 다르게 연극은 온전히 사람이 만들어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컴퓨터와 기계처럼 정밀하게 구현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계획하였던 정확한 연기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무대에서의 돌발적 상황들이 배우들을 급습하여 생동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같은 장면을 연기하더라도 공연되는 시간과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일정 수준의 인물창조를 위해 리허설 단계에서 반복적인 연습으로 등장인물을 구체화시켜 나간다.
또한 연극은 공연되는 모든 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던져진 주사위처럼, 셰익스피어가 남긴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는 말처럼 연극은 눈앞에 놓인 순간들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연극은 주어진 공간에서 최선으로 순간을 채워나가는 배우와 그들을 목격하는 관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막이 내리면 행위자와 관찰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때의 기억이다.
이밖에도 연극 작품에서의 만남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연극 자체가 지니는 순간성과 함께 배우와 대본과의 만남, 동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합, 공연 당일 관객과의 만남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만남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우는 대본을 통해 작가가 구축해놓은 세계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희곡 텍스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공연이 관객과 만날 때 배우는 관객의 반응에 대해 집중한다.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웃음이나 슬픔을 의도한 장면에서 관객의 반응이 냉소적이라면 이에 영향을 받아 배우의 연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리허설에서 구축한 극의 인물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연기를 요한다. 거기에 조명과 음향이 삽입되는 타이밍, 배우들의 등·퇴장, 대사의 리듬 등이 관객과 만나며 조화를 이루다보면 그 순간 연극은 살아있는 예술로 존재하게 된다.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며 수많은 만남을 반복하고,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보며 희열에 가득 차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만남 끝에 남는 공허함은 배우의 몫이다. 그러나 극장 밖을 나서는 관객들의 기억에 공연의 순간이 오래도록 회자된다면 공허함을 위로받고, 나아가 배우라는 직업을 지속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은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좋은 만남으로 남길 바라는 창작자의 염원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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