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을 포기하고 해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꿈을 갖고 먼 타국길에 오른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 퇴근 후의 여유로운 삶은 한국에서는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직장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도 적극적으로 해외취업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케이무브(K-Move)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 중이고, 대학 역시 아예 입학부터 해외취업을 목표로 한 학과 개설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해외취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4년 1천679명에 불과했던 해외취업자 수는 2015년 2천903명, 2016년 4천811명, 2017년 5천118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5천783명이 해외에 취업했다. 이 중 약 32%인 1천828명이 일본에 취업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은 2015년 8명의 근소한 차이로 잠시 미국에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지난 5년간 한국인 해외취업자 수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탈(脫)조선'에 성공한 청년 중에는 '컴백홈'을 고민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들은 "현지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 찾아서 해외로 갔지만 다시 돌아올 고민
경북대를 졸업하고 지난 4월 일본 도쿄 근교 치바 마쿠하리의 한 업체에 공채 입사한 A(26) 씨는 "대구에서 사는 것보다 적어도 월 150만원은 손해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해외 취업에 지원했지만, 실제 일하다 보니 10년 뒤가 막막하다는 것.
A씨는 "외국인 노동자다 보니 대출도 안 되고 정부 지원에서도 배제돼 자산 형성이 어렵다"며 "여기에다 매달 3만엔가량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후생연금을 돌려받으려면 3년 안에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평생 일본에서 살아야 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국 공공기관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B(29) 씨는 살인적인 현지 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100만원에 이르는 월세는 기본이고, 인터넷 비용 10만원, 차량 유지비 등이 매달 고정 지출되는 탓이다. B씨는 "집값 저렴한 곳을 찾아 두바이 근교에서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으며 출·퇴근하고 있다. 두바이의 물가는 3년이 다 돼도 적응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1월 발표한 'K-MOVE 취업처 현황 조사'를 보면 아랍에미리트, 독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 취업한 220명의 취업기업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6점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급여가 적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복리후생이 좋지 않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 ▷업무 강도와 내용이 불만족스럽다 등의 순이었다.
'주변에 해외취업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9%였다. 추천 의향이 없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21.5%로 가장 많았고, 급여가 적다(18.5%), 복리후생이 좋지 않다(16.9%) 순이었다.
◆꼭 필요한 인력인지, 대체 가능한지 따져봐야
대구 한 전문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일본의 파견업체를 통해 대기업에 취직했던 C(26) 씨는 1년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가 일하던 일본 굴지의 전자제품 업체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등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인사정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C씨는 "해외에 취업할 때 내가 관심 있는 일자리가 안정적인지, 혹시 그 기업이 직원이 아닌 노예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대기업 해외영업팀에 소속돼 스위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D(30) 씨는 "취업하고 싶은 나라가 정말 본인의 활동무대라 믿어 의심치 않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충고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인종차별과 문화 차이를 각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씨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먹던 젤리로 맞은 적도 있고, 길에서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맞기도 했다"며 "또 스위스에서는 늦은 밤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는 등 문화적인 차이도 상당하기 때문에 외국 생활이 생각보다 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청년들이 결국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국가의 경제학적 실패라고 풀이했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전공 교수는 "경제학의 푸시풀(Push-Pull) 개념으로 보면 대구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밀려 나갔는데(푸시아웃·Pushout), 해외에서도 끌어당기는(풀·Pull) 요인이 약하다 보니 정착이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결국 청년들이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도시의 실패이자 국가의 실패"라며 "단기적인 청년 정책 수 만 개를 개발해봐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해외에서 숙련도가 높은 전문직에 취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을 하거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막연한 기대는 버리고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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