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기고를 위해 의도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에피소드가 있을 때 어떤 주제와 연관지어 글 써보면 좋겠다고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 정리된 글로 세상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상황에 느낀 소회, 감상이랄지 깨닫고 뉘우치고 느낀 점들을 짧게 요약하거나 그냥 두서없이 적어둔다. 그리고 후에 적혀진 메모들을 읽어보며 적어두는 습관이 무척 좋구나하고 느꼈다. 메모 속에 가감 없이 남겨진 생각의 조각들, 목적 없는 상념 또는 사색의 줄거리 등이 스스로 빠르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나의 정신상태, 마음상태, 관심사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방향 또는 현재 나의 위치 같은 것들을 체크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편으론 큰 데미지를 막아주는 미리보기, 경고알람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모는 출산과 함께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기도 우울감이 들기도 하는 필자에게 위로와 길잡이의 기회가 된 듯 하다.
메모의 내용을 보니 나의 관심사 또는 주된 활동영역이 보여 진다. 아기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에피소드와 가정에 집중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압도적이다. 생각이 방향이 되고 방향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일에 비중을 둔 예전이었다면 준비하는 작품에 대해서,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서 나눈 대화가 이랬는데, 강의를 들으며 느낀 점이 이런데 등을 메모하고 또 그 이야기와 생각들이 바탕이 되어 글을 완성하고 보다 나은 앞으로를 위한 가지를 뻗어 나아가지 않았을까. 지금 나의 가지는 어디로 뻗어가고 있는지 나의 생각과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메모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족과 가정을 위한 시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으며 가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역시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학 때부터 늘 일을 해왔던 것이 함정이 되어 나만 멈추어있는 것 같고 뒤쳐져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위축되는 요즘이다. '실패는 없다' 고 이야기했던 나는 어디로 갔나. 그렇게 하루에 수십번도 더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 역시 가족이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 웃음과 보람을 주는 아가도, 열심히 일하고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고마운 남편도, 쑥스러운 듯 '너 키울 때도 이랬어~' 라고 말하며 손녀에게 불러주는 동요 소리가 그저 감사하고 눈물 나는 우리 엄마도 전부 지금의 이유가 되고 의미가 된다.
며칠 남지 않은 5월, 가정의 달이다. 비단 5월이어서 만이 아닌 언제나 익숙하기만 하여 잊게 되는 것들의 소중함을 새겨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모아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에게서 배움을 얻는 귀한 경험을 한다. 이것 역시 지금의 이유와 의미가 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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