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여당, 경제 부처가 벌이는 거짓말 퍼레이드

기획재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최저임금 부분을 삭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며 "성장 둔화는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저하된 것에 일부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주요 이유의 하나로 꼽은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2018, 2019년 최저임금이 29% 인상되면서 저숙련 노동자 중심으로 일자리 증가 폭이 줄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기재부가 배포한 OECD 보고서 참고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빠졌다. 우리 경제의 실상을 OECD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실상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OECD 보고서 원문은 쉽게 구해볼 수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다.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한 기재부가 애처롭다.

기재부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여당은 지난해 우리 성장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했다. 당시 성장률이 발표된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4개국뿐이었다. 이후 미국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게 나오자 국무총리가 "미국에 이어 OECD 2위"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 성장률은 36개국 중 18위에 머물렀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우리 성장률이) 지난해 '30-50 클럽'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2위였다"며 "올해는 미국과 공동 1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 1분기 '30-50 클럽' 7개국 가운데 아직 집계 중인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이 꼴찌였다. OECD가 발표한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 역시 성장률이 집계된 22개국 중 꼴찌였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 '총체'는 어떤 총체인지 궁금하다.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 부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짓말 퍼레이드를 벌이는 고약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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