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학 위기, 우리 대학은] 대구가톨릭대, 독서 수업·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인문학 소양 쌓는다

'독서와 토론 수업' '독서인증제'가 대표적 독서 활동

지난해 12월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지난해 12월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DCU 독서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이 발언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제공

8.3권.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이다. 2015년 9.1권보다 0.8권 줄었다. 전자책이 그 양을 대신 채우고 있지만, 직접 도서관을 찾아 손때 묻은 책을 고르고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 즐거움은 덜하게 됐다.

대구가톨릭대학교만의 독서 관련 교과목과 비교과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학교 중앙도서관을 무대로, 독서 습관을 쌓고 함께 토론하는 학내 독서 문화를 최근 3년여간 탄탄히 다지고 있어서다.

◆독서로부터 얻는 인문학의 힘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학장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학장

"공자를 흔히 이상주의자라고 평하죠? 사실은 지극히 현실주의자입니다."

23일 오전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에서 만난 임선애 학장은 '인문학의 힘'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논어에서 공자가 강조한 인·의·예·지·신은 곧 오늘날 '소통'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사회를 작동시키는 힘이 결국 소통임을 당시 알았던 것"이라며 "소통의 힘은 곧 인문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학장이 이런 말로 얘기를 시작한 것은 '독서와 토론' 수업의 도서목록 중 하나가 '논어'였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올해 신설된 전학년 교양필수 교과목(2학점). 교수와 학생이 함께 논쟁거리를 찾아 의견을 나누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역동적' 수업이다.

최근 교수와 학생들은 수업에서 논어를 읽고 '사회가 작동하는 것이 법(法)만으로 가능한가'를 주제로 찬반 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임 학장은 "결국 소통과 법이 공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연령, 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소통의 층이 두터워야 신뢰 높은 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서와 토론 수업은 다양한 전공의 프란치스코칼리지 전임교수 15명이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 주제를 정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 관련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보다 체계적이고 교육적 효과가 뚜렷한 심화 과정인 셈이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게 임 학장의 바람이다. 또 미래의 예측불가능한 일에 대비하는 힘도 키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며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중앙도서관 독서 프로그램 인기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도 2016년부터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독서 프로그램은 독서 동기 부여, 독서 습관 형성, 독서 토론 등 3단계로 구성된다. 단계마다 세부 과정이 있는데, 독서 습관 형성 단계의 '독서인증제'가 가장 인기 있다. 300명이 정원인데, 온라인시스템 참여 접수를 시작한지 5분 이내에 마감될 정도다.

참가 학생은 ▷경제·경영 ▷과학·기술 ▷문화·예술 ▷사회·역사 ▷세계시민 등 5개 주제 트랙 중 하나를 선택, 지정도서를 대출해 읽어야 한다. 2주 뒤 1천자 이상의 리뷰(review)를 제출해야 하는데, 표절 여부 등 심사평가를 거친다.

이렇게 5권의 책에 대한 리뷰 평가까지 합격하면 수료증이 발급된다. 수료 횟수가 네 번에 이르면 총장 명의의 '독서 인증서'와 함께 장학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고, 자문교수와 담당 사서도 만나게 된다. 수업과 별도로 한 학기 최소 5권의 책을 정독하고 리뷰까지 성실히 쓰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런데도 지난해 학기당 3권 이상 읽은 인원은 428명(신청인원 대비 72%)에 달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1학기 설문조사 결과, 다음 학기에도 독서인증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학생은 전체 참여자의 88.1%(185명)였다. 학생들은 조사에서 독서인증제 참여 이후 책을 읽는 데 거부감이 사라지고, 주기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점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일환 대구가톨릭대 중앙도서관장은 "중앙도서관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학 진흥과 토론식 수업의 기반을 넓힐 수 있다"며 "학생들이 냉철한 사고력과 논리적 소통 능력을 갖춘 주체로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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