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트라케의 니케, 기원전 200~185년경, 대리석, 총 높이 512cm, 루브르박물관 소장
5월에 벌써 기온이 35℃에 이르니 폭염 기록이 경신될지도 모를 여름이 두려워진다. 사모트라케의 여신처럼 온몸을 바닷바람에 맡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헬레니즘 조각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 이전 고전기 조각에서 완성된 조화미와 세련미에 헬레니즘 조각은 형태의 다양성과 심리 묘사를 심화시켰다. 프락시텔레스, 리시포스 같은 고전기 위대한 조각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동작 중에 멈춘 찰나의 포착 또는 놀라움에 찬 순간 같은 인간의 감정에 헬레니즘 조각가들은 강렬하면서도 극적인 느낌을 추가했다.
이 작품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Nike)는 강한 바닷바람을 맞아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막 공중에서 뱃머리에 착지하는 모습이다. 하늘거리는 옷이 바람에 실려 온 바닷물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 니케를 위풍당당한 승리의 신인 동시에 숨이 멎을 정도의 관능미로 휘감긴 여인으로 보이게 한다. 자연스러운 천의 주름효과는 두 다리 사이에 나선형태로 모아졌다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바람의 방향에 따라 펄럭이고 있다. 옷 주름 하나하나의 섬세한 표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오른쪽 발굽이 들린 자세는 대리석 조각상에 놀랄 만큼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토록 절묘하게 조각과 공간 사이의 긴밀한 상호의존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루브르박물관은 1932년에 주 통로인 다루(Daru) 계단을 확장하고 이 조각상을 의도적으로 계단 꼭대기에 배치했다. 관람자들이 계단을 서서히 오르며 바라보는 여신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환기하는 실체감을 가지고 있고 마치 금방이라도 다시 날아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863년, 그리스 안드리노플(지금의 터키 애드린)의 프랑스 영사관 임시 영사였던 Ch. 샹뽜조는 사모트라케 섬에서 폐허가 된 올림포스 주신을 모시는 신전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4월 13일, 그는 흰 대리석으로 제작된 여성의 몸 여러 부분과 주름진 천, 날개 파편들을 발견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전통적으로 승리의 여신은 날개를 달고 있었기에 그는 대번에 이 조각상의 모델이 니케임을 알아차렸다. 그 주변에는 여러 개의 회색 대리석 덩어리가 있었으나 그는 이것들의 쓰임새를 알지는 못했다. 여신 조각상 파편들은 1864년 5월 11일에 루브르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약 2년간 박물관의 그리스 조각 전문가 A. 프레보 드 롱뻬리에의 지휘로 치밀한 계획 하에 조각상의 복구작업이 이루어졌고 하단에서 목까지 몸통(높이 214cm)의 주요 부분이 받침돌 위에 세워졌다. 샹뽜조는 두 번 더 사모트라케 섬에 들어갔지만, 결국 두상과 양쪽 팔은 찾지 못했다.
1870년부터 오스트리아 고고학자 A. 콘즈가 니케상이 발굴된 주변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고, 동참했던 건축가 A. 하우저가 조각상 옆에 있던 회색 대리석 덩어리들을 모아서 스케치해본 결과, 그것들이 뱃머리 형태임을 알게 되었고 이 조각상 전체의 모형을 만들게 되었다. 마침내 1879년, 루브르박물관 안뜰에서 완전체의 조각상으로 조합이 되었다.
헬레니즘 조각가는 하나의 거대한 대리석으로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작은 크기의 대리석을 찾기가 훨씬 수월했을 뿐만 아니라 여섯 부분으로 나눠 조각한 것을 브론즈나 철 쐐기로 연결하고 석고로 고정하는 테크닉을 통해 비용도 절약했다. 뱃머리 부분 중앙 바닥에 홈을 파고 돌기둥을 심어 여신상과 완전한 합체를 이루도록 했다.
1950년대에 사모트라케 섬의 신전 탐사를 했던 뉴욕대학 K. 리만 교수는 뱃머리 부분이 저수조에 위치해서 물에 상이 비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발굴 지점에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최근의 연구(맥크레디, 웨스코트)에 의해 리만의 주장은 묻히게 된다. 에게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마케도니아, 시리아 등 지중해 여러 국가들 간의 치열했던 해전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제작되었을 이 조각상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학자들의 연구와, 최근까지도 보존 및 복구 작업을 멈추지 않는 루브르박물관의 노고 덕분에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이상적이면서도 시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람자의 감성에 강렬하게 호소하는 걸작으로 영구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박소영(전시기획자, PK Art & Medi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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