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조각을 먹은 새와 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 위에 섬처럼 둥둥 떠서 돌아다니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량을 늘리려는 나라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골치 아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8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선정했는데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1위를 했고 '플라스틱의 역습'이 2위를 했다. 이처럼 미세먼지만큼이나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플라스틱 쓰레기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플라스틱 이슈포럼'을 2019년 3월에 열었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둘러싸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골치 아파하고 있는 현장을 들여다보자.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동물들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새의 배, 세상에 충격을 던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2019년 2월에 한 일간지에 실렸다. 태평양 미드웨이섬에 살던 어린 알바트로스 새가 죽은 장면을 찍은 사진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새의 뱃속에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을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2009년에 발견하여 사진을 찍어서 보도했다. 바다에 떠내려온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알고 새끼에게 먹인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니고 너무 많이 먹어서 결국에는 죽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몇 십년 후에는 대부분의 바닷새 몸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될 것이라고 호주 연방과학원 연구원들이 최근에 경고했다.
코스타리카 바닷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던 거북이가 2015년에 구조되었다. 구조대원이 가까이 다가가서 거북이의 코에 박힌 긴 막대기를 꺼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였다. 우리는 무심코 음료수를 마실 때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버리지만 이것이 거북이와 같은 동물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닐봉지를 먹이로 알고 먹고서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돌고래가 2018년에 태국에서 발견되었다. 그 돌고래의 뱃속을 들여다보니 80장이나 되는 비닐봉지가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외에도 바다의 해마가 면봉에 꼬리를 감고 헤엄치는 모습을 저스틴 호프만이 찍어서 2018년에 네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실었으며 인도 델리의 습지에서 긴 부리에 딱딱한 플라스틱 고리가 끼어서 물도 못 마시고 말라가는 황새가 2018년에 발견되었다. 호주 동물보호단체 애니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바다생물이 비닐봉지 때문에 죽어간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동물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뒤집어쓴 지구
남태평양의 핸더슨 섬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환상의 산호섬이다. 이곳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사람이 찾아갈 정도로 문명세계와 동떨어진 아름다운 무인도다. 그런데 최근에 이 핸더슨 섬에서 3천8백만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늘려있는 것을 타스마니아 대학과 영국왕립학회 연구원들이 발견했다. 무게로는 17.6톤이나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남태평양의 외딴 무인도에까지 밀려들어 오염시켰다.
태국 인근 바다에서는 길이가 무려 1 km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바다에 떠다니는 것이 2017년에 두 번이나 목격되었다. 2015년 사이언스 학술지에 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되었는데 이처럼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고 있으니 마치 섬처럼 떠도는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새로운 플라스틱 경제'에서 바다의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양을 비교한 의미 있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무게 기준으로 보면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2014년에 5 대 1로 물고기가 더 많다. 그런데 2050년이 되면 1 대 1의 비율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의 물고기만큼이나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니까 30년 후가 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의 물고기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각국의 플라스틱 금지령과 벌금
정말 이제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자 세계연합(UN)이 앞장서고 유럽연합(EU)과 여러 나라가 동참하여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까지 비닐봉지 사용을 80%까지 줄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 뉴욕시는 스티로폼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야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한 나라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케냐는 비닐봉지의 제작이나 수입 및 사용을 2017년에 전면 금지시키고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4년 또는 최대 43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도 2002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 생산과 수입을 2011년에 금지시켰다.

◆플라스틱에 중독된 우리나라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고 버리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인데 2015년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98.2 kg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통계청에서 발표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미국이 97.7 kg, 일본이 86.7 kg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일년에 비닐봉지 420장을 쓰고 버리는데 이것은 4장 밖에 사용하지 않는 필란드에 비하면 105배나 많은 양이다. 이것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환경부가 2018년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에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기'.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이 현재 34%인데 이것을 2030년에 70%로 올리기'. '일회용컵 재활용률이 현재 8%인데 2022년에 50%로 높이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제 작은 용기를 내어 생활 속에서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적게 사용하려는 조금 불편한 습관을 하나씩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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