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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은퇴준비지수 '주의'…건강·나이 경력 고려 '100세 시대' 대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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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잘 나가던 직장인도 언제가는 은퇴라는 변곡점을 만나게 된다.백세시대를 앞두고 마냥 준비없이 은퇴를 맞다가는 은퇴후 돌아오는 무력감에 빠질수 있다.언제 은퇴를 할 것이며,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보람된 인생2막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일(job)이 있어야 여생을 보람되게 보낼수 있다.

국내의 한 생명보험사가 발표한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주의'에 해당하는 54.5점으로 2014년 이래 매년 하락하는 추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가지고 사는 만큼 항상 대비해야 하지만 은퇴 후 생활은 수입이 줄어들고 몸도 쇠약해지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장기간 시간을 두고 은퇴를 준비하면 금전적 부담은 줄어들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늘어난다. 은퇴를 맞이하는 당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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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의 골든타임

은퇴 설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은퇴 준비의 골든타임은 50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가장 오래 일한 직장에서 일을 그만두는 평균 연령은 49세. 골든타임은 생사를 오가는 시점이니까 은퇴 준비는 50세 이전에 훨씬 빠르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개개인의 생활 수준이 다르지만 집을 소유한 부부가 필요한 은퇴자금은 월 생활비 176만원(2018년 국민연금 발표)을 고려해 5~7년 치 여윳돈 1억 원이 필요하다. 은퇴자금 준비는 일찍 시작할수록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연 금리 3% 수준에서 1억 원을 모으기 위해서 은퇴 5년 전부터 저축한다면 매달 155만원, 10년 앞두고 시작한다면 72만원, 20년 전부터 준비하면 31만원이 된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각자 현재의 자산의 규모나 지출 상태를 파악하고, 은퇴 후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이나 지출이 얼마일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은퇴전문가는 은퇴 전 자기 탐색 기간이 필수라고 말한다. 금융 상담은 전문가를 직접 만나보는 방법도 있지만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http://fine.fss.or.kr), 서민금융나들목(www.hopenet.or.kr) 등에서도 나의 재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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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은퇴 설계 전문가들은 언제 은퇴 할 것인지 잠재적 시점을 정해보라고 조언한다. 은퇴준비 기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데, 건강하고 시대 흐름에 대한 판단이 빠른 현역일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퇴직에 맞춰 은퇴 노트를 마련해 건강, 나이별 준비, 직업별 경력을 감안해 일기장을 쓰듯 꼼꼼이 체크해야 한다.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부딪혀 볼 필요도 있다. 다른 사람의 성공사례만 쫒다보면 실패할 경우가 생긴다. 특히 창업을 할 경우 현장에서 일을 배우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철저한 은퇴준비는 인생 2막에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건강하게 살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남성의 기대수명은 79.3세, 여성은 85.4세인데 유병 기간이 각각 14.6년과 20.2년이었다.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로 살아가는 셈이다. 건강함을 유지하면 정신건강은 물론 병원비 지출도 줄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노후 자산으로 꼽힌다.

일상생활에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일과와 대외활동이 필수이다. 보험 설계사로 일하는 임이자(57) 씨는 은퇴를 대비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일을 하다가 집에 들어앉으면 늙더라고요. 일이든 봉사든 계속 외출할 일을 만들어야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여자는 화장도 좀 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죠." 실제 미국 은퇴자의 50~70%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데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10%가 안 된다. 현역 때의 경력을 살려 봉사 활동이나 재능기부를 한다면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은퇴 준비

내후년 은퇴를 앞두고 있는 박동우(58·가명) 씨는 최근 집 안에서 나만의 서재를 꾸미고 있다. 집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서재를 이용할 생각이다. 아내로부터 자신의 공간만큼은 간섭받지 않기로도 약속받았다. 그가 은퇴 후 나만의 공간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데는 이미 은퇴한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같은 직장에서 은퇴한 선배 H가 최근 황혼이혼을 했다는 얘길 들었다. H는 직장을 그만두면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니며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낼 계획으로 기분 좋게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가정에서 마주한 실제 모습은 괴리감이 컸다. 일단 온종일 집에 있으니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깔끔한 스타일의 H는 평소 집에 있을 때도 '집 안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게 좋지 않냐' 라는 얘기를 하곤 했지만 종일 집에 있으니 이것도 잔소리가 되었다. 은퇴 후 집에 있으면 안정감이 생기고 편하게 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하고 휴식하는 것도 불편했다.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외출을 할 때도 아내와 다투는 일이 빈번해졌다. 결정적으로 "당신이 밖에서 돈을 벌던 것과 같이 집 안에서의 일은 주부가 평생 맡아오던 일인데 침해받는다는 느낌이 크다"는 아내의 말에 H는 크게 실망했다. 결국 선배 부부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각자 독립된 생활환경 속에 살던 부부가 함께하면 금전 지출에서 가사분담까지 갈등의 소지가 늘어나게 된다. 은퇴 후에는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 활동으로 부부가 자연스럽게 함께 외부활동을 하거나 한국가족상담협회, 부부 상담교실 등 전문기관을 방문해 대화시간을 가지면 은퇴 후 찾아오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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