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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모난 돌이 꽃 맞는다

홈쇼핑에서 CD를 파는 기획으로 음반을 이슈화시킨 유세윤. 사진: 유튜브 캡쳐
홈쇼핑에서 CD를 파는 기획으로 음반을 이슈화시킨 유세윤. 사진: 유튜브 캡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삶이 그랬다.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다름'이 인정받지 못하고 '틀림'으로 받아들여 졌다. 하지만 지구가 오늘도 발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인류의 창의성 덕분이다.

◇금기의 영역에서 상품을 팔아라

개그맨 유세윤은 가장 창의적인 아티스트이다. 그래서 개그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아티스트' 정도로 정의하면 되겠다. UV라는 그룹을 결성해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노래를 들고 왔을 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B급 감성의 가사가 음악을 계속 듣게 했다. 그가 흑인음악을 들고 가수 데뷔를 한다는 것도 새로웠는데 더 충격인 건 마케팅 방식이었다. 케이블 홈쇼핑에서 음반을 판매한 것이다. 케이블에선 안 파는 게 없다지만 음악 CD를 파는 건 상당히 창의적인 시도였다.

우는 연기가 장기인 유상무를 전면에 배치하고 장동민에게 주문 접수를 맡긴 건 창의성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은 실제로는 음반을 팔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 더욱 음반을 가지고 싶게 만들었다. 홈쇼핑은 판매량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음반을 파는 시늉만 했다니.

워낙 아이디어가 좋아서 언젠가 광고회사를 차리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광고 에이전시의 대표가 되어 있다. 창업 초반 소상공인에 한해 100만원에 광고를 만들어주는 마케팅을 펼쳤다. 물론 광고는 B급이다. 하지만 유세윤이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 소상공인은 가치 있는 광고를 얻어가는 셈이다. 아무도 유세윤을 '예쁜 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모난 돌'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에게 돌이 아닌 꽃을 던진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음반을 팔려고 한 유세윤. 사진: 유튜브 캡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음반을 팔려고 한 유세윤. 사진: 유튜브 캡쳐

자신이 모난 돌이라 걱정한 적이 있는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라서 염려한 적이 있는가? 혹은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 해 고통받은 적이 있나? 그럼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자. 누군가는 성격적인 결함 있다. 누군가는 난독증에 시달린다. 누군가는 말을 더듬어 고통받는다.

자, 이제 이것을 긍정적인 시선과 연결해보자. 참고로 미국의 최고 보험 영업 사원은 말을 더듬는 사람이었다. 고객들은 그가 유창한 언변의 소유자였다면 문전박대했을 것이다.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그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런 핸디캡이 그를 영업왕으로 만들었다.

난독증을 살펴보자. 브룩 이둑 박사는 '난독증이 주는 이점'이라는 책에서 백만장자 중 난독증을 가진 사람이 30%나 된다는 점을 밝혔다. 난독증과 같은 학습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세포는 가까운 뇌세포와 연결이 적다. 하지만 떨어진 뇌세포와 연결이 많은 장점이 있다. 이것은 작은 것을 잘 챙기지 못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거나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데는 도움을 준다며 그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더욱 집중하게 만든 유상무의 눈물 연기. 사진: 유튜브 캡쳐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더욱 집중하게 만든 유상무의 눈물 연기. 사진: 유튜브 캡쳐

당신은 예쁜 돌인가? 모난 돌인가? 예쁜 돌이라면 짧은 시간에 사람의 호감을 살 순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과 다른 사람을 헷갈릴 것이다. 신인 걸그룹 멤버를 보라. 엄청나게 아름답지만 그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 중에 특정 인물을 구별해내지 못한다. 당신이 모난 돌이라면 첫인상에서 호감을 주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특징은 세상이 당신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당신을 찾게 할 것이다.

모난 돌들이여.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당신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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