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5년 전 도난 당한 보물급 문화재, 경북 안동 한 식당 벽지 안에서 발견

국내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만국전도' 등 회수
골동품업자들 공소시효 지난 줄 알고 판매하려다 덜미

우리나라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만국전도가 도난 25년 만에 안동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제공
우리나라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만국전도가 도난 25년 만에 안동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제공

1993년 도난당했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만국전도'가 회수됐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만국전도는 경북 안동의 한 식당 벽지 안쪽에서 발견됐다. 이 식당은 오랫동안 문화재를 취급해 온 골동품업자 A(50) 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 도난된 만국전도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A씨에 대한 추적에 나서 주거지를 찾아냈다. 그러나 A씨는 만국전도가 없다고 잡아뗐고, 주거지를 수색하던 중 안방에서 만국전도와 함께 도난당했던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류를 찾아냈다.

이에 경찰과 문화재청은 A씨가 만국전도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계속 추궁하자, A씨는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의 벽지 속에서 만국전도를 꺼냈다. 발견 당시 만국전도는 한지에 쌓인 채 숨겨진 상태였는데, 관리와 보관이 제대로 안 돼 일부 훼손돼 있었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만국전도를 지난해 11월 28일 회수했지만, A씨를 수사하고 훼손된 만국전도를 복원한 뒤 이번에 공개했다.

국내 최고(最古) 세계지도로 평가되는 만국전도는 1989년 8월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다.

이번에 회수된 만국전도 등은 1993년 9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함양 박씨 문중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국전도는 조선 중기의 문신 여필 박정설이 1661년 필사한 세계지도다. 이 지도는 선교사 알레니(Aleni)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인 '직방외기'에 실린 만국전도를 필사한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확인돼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만국전도와 함께 안동에서 발견된 함양 박씨 문중의 전적류는 문중의 학문적 바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문화재청 제공
만국전도와 함께 안동에서 발견된 함양 박씨 문중의 전적류는 문중의 학문적 바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문화재청 제공

또 함께 발견된 함양 박씨 문중의 전적류는 18세기 퇴계 학맥을 계승한 유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소산 이광정의 '소산선생문집'을 비롯해 나암 박주대와 그의 현손인 박정로 등의 친필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학, 역사, 의학, 법률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전적류는 문화재로 등록돼 있진 않지만 문중의 학문적 바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8년 도난당한 조선 초기 양녕대군이 직접 쓴 숭례문 목판도 또 다른 골동품업자로부터 회수해 이날 공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시 찾은 문화재는 원래 주인(후손)에게 돌려줄 예정"이라며 "도난당한 뒤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12점은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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