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안갤러리 대구 강호숙 김미경 'Transcendence'전

강호숙 화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안 갤러리 제공
강호숙 화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안 갤러리 제공
김미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사진활영에 임하고 있다. 리안 갤러리 제공
김미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사진활영에 임하고 있다. 리안 갤러리 제공

강호숙(59)과 김미경(55)은 둘 다 추상회화 작가다. 여성으로서 각자 다른 조형언어와 표현양식을 갖고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둘은 또한 공통점이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게 아니라 30대에 접어 들어서야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한 점, 미국에서 수학한 점.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요소가 빛의 표현이란 점이 그러하다.

리안 갤러리 대구는 이들의 2인전을 'Transcendence'(초월)라는 주제로 7월 8일(월)까지 연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강호숙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이 무작정 좋았다. 많이 보러 다니던 중 20대 때 추상화를 보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가에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그림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인 것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작가는 캔버스 전체를 작고 반복적인 점과 부채꼴 혹은 원형으로 된 망을 촘촘하게 작업해 공간과 화폭의 밀도가 살아있는 듯한 비구상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바다 속 용암이 치솟을 때 바닷물이 방울방울 수포를 발생시키는 것 같고, 이른 봄날 벚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을 닮았고, 어떤 작품은 인체의 혈관이 뻗어나가는 듯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완성된 그림의 형태를 미리 규정짓고 그리지는 않는다. 그냥 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붓질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작품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두고 "형태의 묘사라기보다는 에너지의 흐름 혹은 역동적인 기(氣)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회화공간은 흰색과 회색톤의 바탕에 때로는 노란색과 붉은색이 더해져 마치 분출되는 빛의 에너지로 채워진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강렬한 색채가 뒤섞여 화면 사이사이로 순간적인 빛이 스며든 것 같은 변주가 특징이다. 그렇다면 강호숙에게 빛은 물질화된 빛이라기보다는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정신적 영역의 빛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몰아적 의식의 흐름 속에서 점차 완성되어 가는 강호숙의 추상회화 작품은 캔버스와 그녀의 붓이 맞닿는 그 순간부터 운동감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초월적인 빛의 표상으로 우리의 망막을 자극한다고 할 수 있다.

귀국 후 국내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김미경 작가는 단순한 형태의 사각형과 삼각형을 소재로 한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추상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작품의 모티브는 유년 시절 추억이 된 어머니와 보자기이다. 보자기는 물체를 싸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잃지는 않더라. 어머니의 꿰맨 조각보를 보면 바느질 자국은 마치 마음을 잇는 선과 같았다."

김미경에게 작품 속에 드러난 그리드는 '생각의 뼈'이며 '기억의 원천'이다. 보자기는 접는 방식에 따라 사각에서 사각 또는 삼각의 겹이 쌓이거나 물건을 쌀 경우 완전한 입체가 된다. 작가가 캔버스에 붓을 통해 여러 겹으로 쌓아올린 사각형은 이러한 보자기의 조형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순간적으로 투과되는 빛의 투명한 표면들을 포착한 것이다.

김미경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사각형 또는 삼각형은 실제로 그녀가 감내해 온 삶의 상처, 질곡, 환희, 기쁨, 슬픔 등 타인들과 교류하고 공유해온 여러 감정이면서 그때마다 순간순간의 층위들이 사라지지 않고 포개진 상태의 은유적, 추상적 표상이다.

미술 감상이 감정을 정화하는 한 방법이라면 강호숙, 김미경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지며 따뜻한 교감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문의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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