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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소기업 절반 이상, 내년 근로시간 단축 준비 안됐다

대구상의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태조사' 결과..근로시간 단축 준비 마치고 적용 중인 곳은 39.5%
신규 고용하겠다는 곳은 20.1%에 그쳐.. 작년 300인 이상 50%와 대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업체들의 근로시간 단축이 내년 적용을 앞두고 있지만 대구경북 업체들의 준비 상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제3산업단지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50인 이상 300인 미만 업체들의 근로시간 단축이 내년 적용을 앞두고 있지만 대구경북 업체들의 준비 상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제3산업단지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경북 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의 절반 이상이 내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업도 적어 정부 정책이 실질적인 고용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직원 300인 미만의 200개 업체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기업은 내년부터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있다. 제도 적용 후 위반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제도 적용을 7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도 응답기업 상당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적용에 맞춰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39.5%에 불과했다.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41.0%였고 아무 준비도 못했다는 곳이 11.0%, 제도를 준수하지 못할 것 같다는 답도 2.0%로 적잖았다.

업계에서는 내년 근로시간 단축은 300인 이상 업체의 경우와 달리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대응방안(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불필요한 업무 축소와 회의·보고시간 간소화'(40.2%), '근무시간 관리 강화'(26.0%)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곳은 20.1%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이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직원 70명 규모인 대구 달성군의 A사 관계자는 "사람을 더 뽑기에는 부담스럽다. 일단 바쁜 시기에만 용역업체를 활용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이나 흡연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려고 하지만 얼마나 생산성이 좋아질지 의문이다. 근로환경이 더 삭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경제계는 내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업체들에 제도가 적용됐을 때보다 훨씬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대구 사업체 중 직원 300인 이상 업체는 2016년 기준 122곳에 불과하지만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체는 2천17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재경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인력난과 경영 문제로 신규 채용이 어렵다"며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납기 대응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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