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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위한 변명/황광해 지음/하빌리스 펴냄

궁중음식의 대표격인 신선로. 매일신문 DB
궁중음식의 대표격인 신선로. 매일신문 DB

TV를 켜면 먹방 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SNS에는 맛집 인증샷이 넘쳐난다. 어느 때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이나 맛집에 관한 책들도 쏟아진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의 '한식을 위한 변명'은 '진짜'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혹은 오해하고 있었던 한식을 올바고 잡고, 제대로 한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음식 인문서다.

◆궁중음식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한식 찾기

책은 그동안 잘못 알려져 왔던 우리 음식의 유래와 의미를 정확한 역사적 근거를 통해 바로잡아 준다.

'보양식은 없다', '향토 음식은 없다', '궁중요리는 한식이 아니다'. 지은이가 던지는 화두는 우리의 상식을 한참 벗어난다. 그는 삼계탕이 보양식이 아니며, 우리 조상이 굶주렸기 때문에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던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 등 잘못 알려져 온 한식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한식에 대한 이같은 오해가 생긴 것은 진실은 뒤로 한채 음식을 많이 팔기만 한다는 생각과 일본의 잔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은이는 궁중음식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사실과 다르게 포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한식을 연구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왜 힘이 셌던 다른 나라에는 궁중음식이 없을까?' 대한제국은 힘없던, 껍데기만 남은, 짓밟힌 나라였다. 힘센 다른 나라들의 발 아래서 신음하던 나라였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도 없던 '궁중의 음식, 나라님이 먹던 음식'이 등장한다. 왜 그럴까?"라며 진짜 한식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을 설명한다.

보양식, 향토음식, 사찰음식은 없다. 1장 '그런 음식이 아닙니다'에서는 "우습다 못해 슬픈 것이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없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삼계탕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계탕은 우리 시대에 시작한 음식이다"며 삼계탕이 역사가 오래된 보양식이 아님을 설명한다.

또 지역 축제를 한다고 해서 가보면 모든 축제마다 '우리 고장 고유의 음식'이라며 도토리묵을 내놓고 있는 점, 정갈하고 소박한 사찰 음식을 외국인에게 인정받게 하기 위해 화려하게 바꿔야만 하는 것인지 등 반문한다.

◆앞으로의 한식은 어떤 길을 가야할까

2장 '궁중음식의 진실'에서는 궁중음식이라 잘못 알려진 요리에 대해 얘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선로다. "신선로 그릇은 태국, 싱가폴 등의 동남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태국식 국물 요리인 똠얌꿍을 담는 그릇도 신선로다. 동남아에서는 대중적으로 널리 쓰인다. 그걸 우리 정통, 전통, 궁중이라고 포장했다.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 한반도 조선의 왕들은 한낱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사용하는 그릇으로 음식을 먹은 셈이다."

이와 함께 조선의 왕들이 정말 호화로운 밥상을 받았는지, 궁중음식이 어떻게 대중화 된 것인지, 궁중잡채가 정말 궁중음식인지 등을 고증을 통해 제대로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궁중음식을 전승했다고 알려진 안순환과 한희순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간다.

마지막에서는 지금의 한식과 앞으로 한식에 대해 말한다. 지금의 한식이 슬프게도 일본풍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전통과 정통을 지키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식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제시한다.
"한식의 정체성, 특질은 무엇일까? 한식의 정체성은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밥상의 특질과 원칙을 찾아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옛 음식을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옛 음식을 만들었던 정신을 찾자는 뜻이다. 복원의 대상은 고분이지 음식이 아니다."

박찬일 요리연구가는 치밀한 고증을 통한 진짜 한식을 끌어냈다며 책을 추천한다. "기자 출신인 지은이는 고정 관념과 시중의 상식을 의심한다. 치밀하게 파고들어 입증해낸다. 그 결과가 이 책이다. 보양식이니 신선로니 한정식이니 심지어 '궁중음식'까지도! 더구나 당대의 한식이 일본풍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있어 온 이야기인데, 이처럼 치밀하게 독자적 시선으로 고증해낸 경우는 드물었다." 23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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